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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재무 과제

출구 전략 찾는 선양 프로젝트, 원금 회수할까

복합타운 조성 부지 등 매각 협상 중, 최근 장부가는 9383억원

김형락 기자  2023-01-17 16:13:16

편집자주

롯데그룹은 메디컬, 바이오, 모빌리티, 수소, 친환경 사업 등에 투자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주력 사업에서 풀지 못한 재무 과제가 남아있다. 롯데건설 사태처럼 계열사간 출자와 공동 투자가 활발했던 롯데그룹은 재무 이슈도 여러 법인에 걸쳐 있다. 지주사와 각 계열사 CFO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숙제다. THE CFO는 롯데그룹의 재무 과제와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롯데그룹이 손실만 쌓여가던 중국 심양(선양) 복합단지 조성 프로젝트(이하 선양 프로젝트)의 출구 전략을 내놨다. 공사 중단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자 결국 부지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값을 받고 부동산을 넘겨도 투자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선양 롯데 복합타운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테이블에 앉은 매수자는 중국 현지 기업으로 추정된다. 2016년 국내 사드(THAAD) 배치 여파가 한한령 등으로 이어지며 선양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된 상태였다.

공회전하던 선양 프로젝트는 롯데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고정욱 부사장이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였다. 선양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홍콩 소재 계열사(Lotte Properties(Shenyang), 이하 홍콩법인) 지분은 롯데자산개발(37.17%), 롯데건설(31.37%), 롯데쇼핑(17.93%), 호텔롯데(15.53%)가 나눠 들고 있었다. 계열사가 공동 출자한 사업이라 지주 차원에서 해법을 도출해야 했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수익성을 회복할 뾰족한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손실이 누적되는 걸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도 없었다. 결손 누적으로 홍콩법인 순자산(자본총계)이 줄면 롯데지주나 계열사들이 추가로 자금을 수혈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김승욱 ESG경영혁신실 전략기획팀장(상무)를 파견해 선양 프로젝트를 살피고 있다. 김 상무는 홍콩법인 100% 자회사인 중국법인(Lotte Glory Properties (Shenyang))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부동산 복합개발 사업 추진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선양 프로젝트는 2018년 전체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던 부동산 복합개발 사업이다. 2008년 홍콩법인을 세우고, 2011년 1기 공사에 들어갔다. 1기 프로젝트는 백화점, 영화관,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로 구성됐다. 2014년 아파트를 제외하고 완공해 임대·분양이 이뤄졌다.

쇼핑몰, 마트, 호텔 등 복합 상업단지 건설을 목표로 추진 중이던 2기 프로젝트에서 제동이 걸렸다. 롯데그룹은 단계적으로 쇼핑몰, 테마파크, 호텔 오피스, 아파트 등을 열어 연면적 152만㎡ 단지에 중국판 '롯데타운'을 완성하는 걸 목표로 2014년 착공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사드라는 복병을 만났다.

1기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홍콩법인에서 매출이 발생했지만 손실액도 상당했다. 매출액은 2015년 335억원에서 2017년 553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300억~400억원으로 줄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2기 복합 상업단지를 완공해 사업을 안정화하고, 흑자로 전환하려 했다.

지주 차원에서 어떻게든 실마리을 찾아보려 했다. 2018년 1월 황각규 당시 롯데지주 부회장은 '롯데월드 선양'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부회장 승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선양을 택했다. 중국사업 해결이 그만큼 중요한 현안이었기 때문이다.

홍콩법인 매출은 2019년을 정점으로 꺾였다. 그해 926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251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27억원 수준이다. 손실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롯데그룹은 중국사업을 하나둘 철수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2018년 중국 내 할인점을 모두 철수했다. 선양 복합타운 매각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홍콩법인은 부채로 지탱해왔다. 금융비용 등으로 손실이 쌓이며 2019년에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72억원으로 떨어져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21년 그룹 차원에서 구제책을 내놔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건설이 홍콩법인 자본 확충에 돈을 풀었다. 총 3535억원이 홍콩법인으로 흘러갔다.


이제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격 줄다리기다. 홍콩법인은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 용지, 미완성 건물 등이다. 2016년 자산총계(1조386억원) 중 67%(6954억원)는 재고자산, 23%(2429억원)는 투자부동산이다. 보통 부동산 개발·투자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개발사업을 위해 취득한 토지, 공사 투입 원가를 재고자산(용지, 미완성 건물)으로 계상한다.

롯데그룹이 복합타운을 2016년 당시 재고자산, 투자부동산 가치 합계인 9383억원에 처분한다면 당장 홍콩법인 부채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호텔롯데가 홍콩법인에 지급보증 선 차입금은 6749억원이다. 매각대금으로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고 남은 현금(2634억원)을 홍콩법인 자본총계(2535억원)와 더해도 롯데그룹이 출자한 총액 6779억원에는 못 미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선양 복합타운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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