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는 중국 심양(선양)에 복합단지 조성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심양유한회사(Lotte Properties (Shenyang), 이하 홍콩법인)'의 채무 상환 부담을 모두 짊어지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한경완 호텔롯데 재무혁신부문장(상무보)은 우발채무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계열사 재무 상황까지 살펴야 한다. 홍콩법인이 프로젝트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손실을 내면서 호텔롯데의 재무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홍콩법인에 제공한 지급보증액은 6749억원이다. 호텔롯데 전체 우발채무(3조2569억원) 중 21%를 차지한다. 지난해 3분기 호텔롯데가 별도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7098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호텔롯데는 홍콩법인 단기차입금(3989억원)과 유동화대출(2760억원)에 원리금 지급 의무를 지고 있다. 지급보증은 호텔롯데 차입금으로 잡히지 않는 잠재 채무다. 홍콩법인이 만기에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우발채무가 현실화된다. 지급보증을 선 차입금 만기는 오는 3월부터 도래한다. 3월 4073억원, 4월 2102억원, 10월 574억원 순이다.
한 부문장은 차환으로 홍콩법인 우발채무 우려를 잠재울 방침이다. 우발채무 현실화할 때에는 최후의 보루로 해외 자회사 보유 부동산 등을 처분해 지급보증 실현액 일부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홍콩법인 차입금 전액에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홍콩법인이 수익을 내지 못해 계열사 도움 없이는 차입을 일으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홍콩법인이 올린 매출액은 27억원, 당기순손실은 223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총계는 9705억원, 부채비율은 283% 수준이다. 자본총계(2534억원)보다 부채총계(7171억원)가 약 3배 많다.
계열사에 제공한 채무보증은 해당 법인이 현금 창출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홍콩법인은 2008년 설립 이후 순손실을 지속하며 상환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홍콩법인은 놀이시설, 쇼핑몰 등을 건설하는 2기 프로젝트가 잠정 중단돼 수익성 회복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호텔롯데가 지급보증을 서서 차환을 지속하더라도 결손 누적으로 금융비용마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롯데그룹은 한 부문장이 홍콩법인 재무를 근거리에서 살피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 부문장을 롯데자산개발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롯데자산개발은 홍콩법인의 최대주주(지분 37.17% 보유)로 있는 계열사다. 당시 한 부문장은 호텔롯데 등기임원이 아니었다. 호텔롯데 사내이사로 합류한 건 지난해 10월이다. 롯데건설 지원을 앞두고 생긴 이사회 공석에 재무 전문가인 한 부문장을 들였다.
한 부문장은 2021년말 임원 승진과 동시에 호텔롯데 재무혁신부문장에 올랐다.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지급보증을 선 홍콩법인 단기차입금과 유동화 대출은 만기가 돌아오면 차환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호텔롯데가 홍콩법인 채무 상환 부담을 지도록 하고 있어 당장 우발채무를 털어낼 뾰족한 수는 없다. 호텔롯데는 홍콩법인 지급보증액을 일정 규모 아래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다른 계열사에 있던 지급보증까지 호텔롯데가 떠안았다.
호텔롯데는 홍콩법인 설립 이듬해인 2009년부터 차입금에 지급보증을 대줬다. 당시 홍콩법인이 일본 ㈜롯데에서 차입한 50억엔에 지급보증을 섰다. 이듬해 ㈜롯데 차입금 지급보증은 해소하고, 산업은행에서 차입한 1억달러 지급보증으로 대체했다.
홍콩법인이 차입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계획했던 프로젝트 공사에 들어가자 호텔롯데 지급보증 규모도 커졌다. 2015년 지급보증액은 7억4260만달러(약 92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당시 홍콩법인 부채총계는 8930억원이었다.
2016년 지급보증액은 6억6630만달러로 줄었다. 롯데쇼핑이 홍콩법인 장기차입금 1억1950만달러에 신규로 지급보증을 서며 우발부채 부담을 나눠졌다.
2018년 다시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몫의 지급보증을 넘겨 받았다. 홍콩법인이 롯데쇼핑에서 지급보증을 받았던 장기차입을 상환하고 일으킨 단기차입에 호텔롯데가 1억4350만달러 규모로 지급보증을 서줬다.
2021년 그룹 차원에서 홍콩법인 자본 확충에 돈을 풀면서 호텔롯데 재무 부담도 일부 완화됐다. 그해 롯데자산개발(1311억원), 롯데건설(1109억원), 롯데쇼핑(633억원), 호텔롯데(482억원) 등이 총 3535억원을 홍콩법인에 추가로 출자했다. 홍콩법인이 차입 규모를 줄여 호텔롯데의 지급보증액도 약 3776억원 감소했다.
홍콩법인은 2016년 사드(THAAD) 여파로 2기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리며 재무 구조가 나빠졌다. 장단기로 분산해뒀던 차입 만기도 단기화됐다. 2017년에는 비유동부채 비율이 95%였지만 2021년에는 부채총계 100%가 유동부채다. 2021년 유동부채(5858억원)는 호텔롯데가 제공한 지급보증액과 동일하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심양유한회사 차입금은 복수의 증권사와 차환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