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숙원사업인 중국 심양(선양) 복합단지 조성 프로젝트(이하 선양 프로젝트)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 롯데건설 등 건설 계열사와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유통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사업이라 지주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사를 재개하지 못한 채 손실만 쌓여가고 있다.

롯데그룹 홍콩 소재 계열사인 Lotte Properties(Shenyang)(이하 홍콩법인)는 설립 이후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2008년 롯데그룹이 선양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27억원, 당기순손실은 223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첫 매출(18억원) 발생 이후 매년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홍콩법인 손실은 롯데그룹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홍콩법인에 출자해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에서 투자 지분 가치 하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총 6779억원을 출자해 홍콩법인 지분 100%를 계열사로 분산했다. 지난해 3분기 전체 지분 장부금액은 369억원(롯데자산개발 보유 지분가치는 2021년말 기준) 수준이다. 취득원가 대비 6410억원가량 낮아진 상태다.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곳은 롯데자산개발이다. 2605억원을 출자해 홍콩법인 지분 37.17%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말 기준 장부금액은 199억원이다. 2020년부터 관계기업 손상 검사를 실시해 손상액을 영업 외 투자손실로 처리했다.

롯데건설은 홍콩법인 지분 가치를 전액 손실 처리했다. 1972억원 출자해 홍콩법인 지분 31.37%를 들고 있다. 관계기업으로 분류해두고 지분법 손실을 즉각 반영했다. 지분법 손실은 당기순이익 차감 항목이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홍콩법인을 금융상품(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1245억원을 출자해 지분 17.93%. 호텔롯데는 957억원을 투자해 지분 13.53%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장부금액은 97억원(롯데쇼핑 보유 지분), 73억원(호텔롯데 보유 지분)이다.

앞으로 홍콩법인이 수익성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나머지 장부가액도 지켜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홍콩법인은 2020년부터 매출도 하향세다. 2019년 92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이듬해 251억원으로 73% 감소했다. 2021년 매출은 93억원에 머물렀다.




홍콩법인 부진은 단순히 계열사 수익성을 차감하는 요소에 그치지 않는다. 결손 누적으로 순자산(자본총계)이 줄면 자본 확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결손금을 보전하기 위해 롯데지주가 나서거나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홍콩법인으로 자금을 수혈해줘야 한다. 그룹 자금 운용을 고려하면 홍콩법인 손실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롯데지주가 한 차례 해결사로 등판하기도 했다. 2021년 자회사 롯데자산개발을 거쳐 홍콩법인을 지원했다. 그해 롯데지주가 롯데자산개발 제3자 유상증자에 2091억원을 납입했다. 롯데자산개발 3대주주였던 호텔롯데도 248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롯데자산개발은 증자대금(2339억원) 중 56%(1311억원)를 다시 홍콩법인으로 출자했다.

계열사들도 곳간을 열었다. 2021년 롯데건설은 1109억원, 롯데쇼핑은 633억원, 호텔롯데는 482억원을 홍콩법인에 투입했다. 홍콩법인은 그해 계열사에서 총 3535억원을 출자 받아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2020년 마이너스(-)233억원이었던 홍콩법인 자본총계는 2021년 3205억원으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이익을 내지 못해 재무 안정성이 다시 후퇴했다. 지난해 3분기말 홍콩법인 자본총계는 2535억원, 부채총계는 7171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83%로 2021년말(183%)보다 100%포인트(p) 올랐다. 결손으로 자본총계는 줄고, 부채총계는 늘어난 탓이다.




롯데지주는 홍콩법인을 살릴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양 롯데월드(2011년 11월 착공) 건설 등 2기 프로젝트는 2016년 사드(THAAD) 여파가 한한령 등으로 이어지면서 잠정 중단된 상태다.

홍콩법인은 지분 100%를 보유한 중국 자회사인 'Lotte Glory Properties(Shenyang)'를 통해 롯데건설에 발주를 내줬다. 중국 요녕성 심양시에 주거, 상업, 놀이시설을 건설하는 복합단지 조성 사업이다. 백화점, 영화관을 건설하는 1기 프로젝트는 2011년 공사에 착수하고, 2014년 준공해 운영 중이다. 이후 2기 프로젝트에서는 아파트, 롯데파크·쇼핑몰, 오피스, 마트, 호텔·오피스텔 등을 건설하려 했다. 2015년까지 아파트 2개동만을 준공해 입주를 마쳤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선양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