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3년 넘게 유지한 A+ 신용등급을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최근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사업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내년 1분기 만기 도래하는 3조5000억원의 PF 유동화증권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A0로의 등급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0일 롯데건설의 장기 신용등급과 전망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A+, 안정적'을 매긴 2019년 9월 이후 약 3년 4개월만에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하며 크레딧에 변화를 줬다.
부정적 전망의 핵심 근거는 분양 경기 침체로 인해 고조되고 있는 부동산 사업 리스크를 꼽았다. 특히 아직 착공 전인 사업장은 불어난 금융비용, 건자재 가격 상승, 부동산 시세 하락 탓에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관련 우발채무는 약 6조9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착공 전 사업장의 연대보증과 자금보충 약정액은 전체 우발채무의 약 60%인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분양 실적 악화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착공 전 사업장이 야기한 부실이 롯데건설 전체 재무 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우발채무 리스크와 더불어 최근 급증한 차입금도 부정적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두달 사이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우리홈쇼핑에서 9000억원을 빌렸다. 같은 기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800억원, 하나은행엣 2400억원, KB그린에너지제1차에서 1100억원씩 총 5300억원의 자금보충 한도도 설정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1조8000억원이던 총차입금은 최근 3조8000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선제적인 차입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긴 했으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를 비롯한 평가 지표는 등급 하락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하됐다.
롯데건설이 연대보증과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한 PF 유동화증권은 내년 1분기에만 3조5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2분기에도 1조5000억원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감안할 때 빠른 부동산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가 크레딧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공사 물량이 감소하거나 분양 실적 저하가 지속되면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한 노치(notch) 내릴 방침이다. 순차입금/EBITDA가 3.5배를 넘어가거나 부채비율이 150%를 상회하는 경우에도 등급 하락을 검토하기로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등급 하향 트리거로 △주택사업 신규 수주 감소 △세전이익/매출액 4% 미만 △세전이익/금융비용 4.5배 하회 등을 제시했다. 모니터링이 필요한 사업장은 전주 신시가지와 해운대 센텀·마린시티를 꼽았다.
지난 9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주요 재무 지표는 △순차입금/EBITDA 2.6배 △부채비율 171% △세전이익/매출액 6.8%다. 부채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지표는 등급 하향 트리거를 비교적 넉넉하게 상회하고 있다.
다만 롯데건설이 4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차입을 실시했기 때문에 연말 기준으로 이들 지표가 크게 나빠졌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올해 하반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한 점 역시 등급 하향 리스크를 고조시킬 수 있는 변수다.
이 같은 등급 하락 리스크는 조만간 실시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오는 26일 2500억원 조달을 목표로 1년물 입찰에 나선다. 다만 이번 회사채는 지급보증을 제공한 롯데케미칼의 AA+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부정적 아웃룩이 수요 모집에 실질적인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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