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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롯데하이마트 박상윤 CFO

미래 경쟁력 반영한 영업권 수년째 손상…현금창출력 회복 '안갯속'

고진영 기자  2023-01-06 11:10:59

편집자주

급격한 금리 인상과 메말랐던 유동성 등 2022년은 기업 재무를 총괄하는 CFO들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이 와중에도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타기업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속 기회를 찾았다. CFO들이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재계 내 각 CFO들의 2022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2023년 직면한 큰 과제들은 무엇인지 THE CFO가 살펴본다.
최근 몇년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 손상이 가지는 의미는 뭘까. 현금이 정말로 빠져나가진 않기 때문에 손상 자체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없다. 하지만 영업권은 미래의 현금창출력도 감안해서 평가된다.

여기서 회수가액이 깎였다는 말은 앞으로 돈벌이를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란 경고와 비슷하다. 올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취임 3년째를 맞은 박상윤 재무부문장도 묘수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업권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주는 ‘웃돈’ 개념인데 회계에서는 자산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피인수사가 적정한 수익을 창출할 때에만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다. 매년 손상검사를 실시해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액보다 적으면 그만큼 자산에서 깎아 비용으로 덜어내는 방식이다. 이런 손상차손은 순이익을 훼손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 영업권에서 3428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탓에 롯데하이마트는 작년9월 말 기준 순이익이 마이너스(-) 380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은 2008년 유진기업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당시 1조9500억원 규모 매각대금 가운데 약 1조7348억원이 영업권으로 잡혔다. 이중 일부는 2008년 20년 정액 상각법에 따라 일부가 상각됐으나 대부분은 2017년까지 그대로 남아있었다.

문제는 2018년 터졌다. 그 해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영업권 회수가액이 장부금액에 미달된다고 판명됐고, 10년 만에 524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한다. 이후로도 실적 하락세가 가속되면서 손상차손 누계액이 커지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남은 영업권 장부가액(9279억원)은 여전히 자산총계(2조5878억원)의 3분의 1에 이른다.

다행인 부분은 영업권으로 순이익이 깎여도 이는 회계상의 문제일 뿐 현금흐름에는 출혈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이 실제로 나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권으로 손상이 발생해도 현금흐름표에선 다시 가산해준다.

하지만 영업권 손상이 발생했다는 것은 결국 롯데하이마트의 미래 현금창출력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영업권을 평가할 때는 과거 현금흐름뿐 아니라 향후 현금흐름 및 영업환경 추정치도 핵심지표로 반영된다. 간단히 말하면 인수할 때 하이마트를 비싸게 샀다는 평가로 귀결될 수 있다.

실제로 5년 전만해도 롯데그룹의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 사례로 꼽히던 롯데하이마트는 사업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작년 9뭘 말 기준 롯데하이마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75억원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2141억원)과 비교해 54.5%가 감소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NCF) 역시 축소됐다. 2020년 마진 좋은 대형 백색가전이 잘 팔린 덕분에 영업활동현금이 3503억원을 찍기도 했으나 작년 9월에는 984억원에 그쳤다. 쌓이는 돈이 줄면서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1175억원으로 전년 동기(2137억원) 대비 반이 줄었다.

현금창출력이 둔화된 반면 차입금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재무안정성이 약화된 상태다. 올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7714억원으로 전년 말(7488)보다 227억원가량 많아졌다. 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총차입금/EBITDA는 5.9배로 계산된다. 6년 분의 EBITDA가 쌓여야 차입금을 전부 갚을 수 있다는 의미다.

추후 영업환경도 전망이 어둡다. 비싼 가전은 백화점, 가성비 제품은 온라인에서 사는 쪽으로 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서다. 게다가 가전제품은 내구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판매량 증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현금창출력 악화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CFO인 박상윤 부문장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우선 차입 효율화에 집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말 기준 총차입금 구성을 보면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롯데하이마트가 시장과 은행에서 조달한 돈은 작년 말 4782억원에 5427억원으로 645억원 정도 늘었다.

특히 총차입에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의 비중은 작년 29.8%(2235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50.5%(3898억원)으로 급증했다. 단기차입금은 700억원 뿐이지만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 2399억원이 유동성 부채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올해 차환을 통한 차입구조 장기화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박 재무부문장은 2021년 초 새 곳간지기로 급파됐다. 1971년생으로 계열사 내 젊은 임원으로 꼽힌다. 200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 2015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지원실과 2017년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재무1팀을 거쳐 2019년 롯데정보통신 재무부문장을 거쳤다. 2020년 롯데지주 재무혁신실 재무1팀장을 맡아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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