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계획은 사업 다각화다. 라면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다지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투자 확대도 꾀하고 있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종우 상무의 역할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래 사업을 위한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기술 개발은 1996년부터 시작됐고 2015년에는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현재는 건기식을 비롯해 외식업과 글로벌 영토 확장, 대체육 등을 미래 먹거리로 추진 중이다.
이처럼 수년간 지속된 신사업 발굴 등이 올해 들어 강조되는 배경에는 라면 사업에 편중된 수익 구조의 한계성이 있다. 농심의 경우 라면이 전체 매출에서 약 79%를 차지한다.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은 55% 내외로 선두며 세계에서는 약 5.5%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 지배력이 공고했던 만큼 수익성에서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심화된 글로벌 곡물가 인상과 유류 비용 및 수출 비용 상승 등은 라면에 집중된 수익 구조에 직격탄이 됐다. 원부재료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농심은 2022년 2분기에 3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이는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해 2분기에 기록한 영업손실은 농심의 투자 성향을 변화시키는 발단이 됐다. 그간 안정성에 집중했다면 이후로는 확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변화의 시작은 2022년 9월 천호엔케어 인수전 참여다.
700억원대를 원한 매각자와 시각 차이로 최종 인수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그간 1억~5억원 규모의 단순투자가 주를 이뤘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경영참여 목적으로 2020년 10월 '농심이스포츠' 지분을 취득하기는 했지만 인수 금액은 134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2일에는 신동원 농심 회장이 신년사에서 M&A를 통한 사업 시너지 창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천호엔케어 인수전 당시 M&A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회사 차원의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이 단순투자를 벗어나 M&A와 같은 대규모 투자로 눈을 빠르게 돌릴 수 있었던 이유는 현금이다. CFO인 김종우 상무 주도로 수익성 기반의 현금 창출 유지하는 동시에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내부에서 해결하며 차입금의 비중을 낮추는 데 힘썼기 때문이다. 특히 김 상무는 2022년에 발생한 원가 인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원부재료 구매량 확대와 선물거래, 대체재 발굴 등에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농심의 현금성자산은 김 상무가 취임한 2021년(이하 연결기준) 5564억원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3분기에는 604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차입금은 1058억원에서 758억원으로 줄었다. 그 결과 순차입금은 2022년 9월 말 기준 마이너스(-)5290억원, 차입금 비중은 2.4%다. 차입금의 경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을 활용했으며 회사채와 같은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은 없었다.
올해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의 여파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농심이 김 상무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분명하다. 외부 자금보다는 내부 자금을 활용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M&A 등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핵심이다. 또한 기존의 은행권에서 조달한 장단기 차입금의 효율적인 리파이낸싱 등도 고려해야할 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고금리 등의 상황 속에서도 주어진 미션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1965년생인 김 상무는 인하대를 졸업한 뒤 1989년 농심에 입사해 재무회계 부문에서만 33년을 근무했다. 농심의 재무회계를 오랫동안 경험해 내부 사정이 밝고 외부 네트워크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관계자는 "그동안 라면에 사업이 집중됐던 만큼 향후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 다각화와 경영 효율화 등에 힘쓸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