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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만든 M&A

인사 끝난 SK하이닉스, 길어지는 솔리다임 대행 체제

⑤박정호 부회장, 솔리다임 차기 CEO 인선 장고…자금난·다운 턴 극복 대책 세워야

김형락 기자  2022-12-12 08:25:18

편집자주

국내 주요 그룹 성장사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룹마다, 기업마다 전략은 각양각색이다. 경쟁사를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도 하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 없는 기업을 인수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기도 한다. 때로는 M&A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M&A 뒤에도 목표했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전략, 재무, 법무, 인사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THE CFO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M&A 경로, 인수 후 통합(PMI) 성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SK하이닉스가 연말 인사를 끝내고도 자회사 솔리다임을 대표이사 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사업 부문(솔리다임)을 이끌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 인수 대금 지급까지 3년이 남았지만 올해 반도체 업황이 하강 국면(다운 턴)으로 돌아서며 솔리다임 성적표 관리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솔리다임은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 SK하이닉스에서 운영자금 끌어 쓰는 형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정기 임원 인사 이후 솔리다임 경영진을 바꾸지 않았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으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솔리다임 대표이사 대행으로 양 사 경영을 챙긴다. 노종원 사장은 SK하이닉스에서 사업 담당 임원 업무를 내려놓고, 솔리다임 최고사업책임자(CBO) 역할에 집중하도록 했다.

솔리다임은 두 달째 임시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굴러가고 있다. 지난 10월 초대 CEO였던 롭 크록이 퇴사하면서 곽 사장이 솔리다임 임시 CEO(Interim Chief Executive Officer)로 급파됐다. 곽 사장은 1994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D램, 낸드 플래시 제품 공정 개발과 양산을 주도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롭 크록은 인텔에서부터 낸드사업을 총괄하다 솔리다임으로 넘어온 지 1년도 안 돼 조직을 떠났다.



SK하닉스가 약 10조원을 들여 인수하는 솔리다임 경영 성과를 좌우하는 자리인 만큼 후임 CEO 인선에 장고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박 부회장은 SK그룹 반도체 사업 큰 그림을 그리는 위치에 있다. 반도체 사업 전반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수장이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SK하이닉스 대표이사와 겸직하던 SK스퀘어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SK하이닉스 대표이사이자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으로 지난 3분기부터 본격화한 반도체 업황 다운 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솔리다임은 인수 초기부터 SK하이닉스에게 아픈 손가락이 됐다. 인텔에서는 하나의 사업부였지만 SK하이닉스로 넘어오면서 개별 법인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설립돼 모회사인 SK하이닉스에 의지해 걸음마를 떼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사업 인수대금 외에 운영자금을 솔리다임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유상증자 납입자금과 대여금을 합하면 11조원(중국 대련 생산시설 포함) 규모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거둬들인 영업이익(연결 기준 12조4103억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솔리다임은 출범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107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당기순손실 8717억원을 기록 중이다. 가용자금도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실제 지난 5월 SK하이닉스 이사회에 솔리다임 자금 부족 현안이 보고됐다.

8월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에 운영자금 3억달러(약 4000억원)를 단기(만기 1년)로 대여해줬다. 자금난을 벗어나지 못하면 또다시 SK하이닉스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사업 특성상 선행 투자가 필수인 만큼 자본적 지출(CAPEX)을 감당할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반도체 업황은 솔리다임 인수 계약을 체결할 때와 180도 다르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 부문 인수를 결정했던 2020년 10월은 반도체 업황이 상승 국면(업 턴)이었다. 2016~2019년 영업적자를 내던 인텔 낸드사업 부문도 2020년 영업이익 4억달러를 올리며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까지도 전방 수요가 받쳐줬다. 인텔 낸드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54억달러)보다 20% 줄어든 43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4억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인텔이 낸드사업 부문 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 관련 자산과 공장·장비에서 인식하던 감가상각비가 없었고, 옵테인(Optane) 메모리 사업 양도분도 반영돼 낸드사업 수익성이 오롯이 발휘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인텔에서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사업 부문을 인수한다.

솔리다임은 대행 체제에서 반도체 업황 다운 턴을 헤쳐가면서 다가올 업 턴에 대비할 역량을 만들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품에 안으며 이전 다운 턴 대비 강화된 낸드·SSD 사업 경쟁력을 가지고 시황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낸드사업은 모바일 분야에서 솔리다임은 데이터 센터향 eSSD(기업용 SSD) 분야에서 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전사 낸드사업은 일반 소비자용 제품 수요 약세를 eSSD 제품 판매 확대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임원 인사 전후로 솔리다임 경영진 변화는 없었다"며 "솔리다임과는 협업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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