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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만든 M&A

SK하이닉스, 인텔 출신이 첫 단추 꿴 낸드사업 인수

①이석희 전 사장, 계약 체결부터 1차 클로징 지휘…2단계 절차는 후임 CEO 몫

김형락 기자  2022-11-15 08:33:29

편집자주

국내 주요 그룹 성장사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룹마다, 기업마다 전략은 각양각색이다. 경쟁사를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도 하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 없는 기업을 인수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기도 한다. 때로는 M&A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M&A 뒤에도 목표했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전략, 재무, 법무, 인사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THE CFO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M&A 경로, 인수 후 통합(PMI) 성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SK하이닉스에서 이사회가 최종 재가한 인수·합병(M&A) 결정을 집행하는 임원은 최고경영자(CEO)다. 최고전략책임자(CSO)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전면에 나서는 삼성전자와 달리 CEO를 중심으로 M&A가 돌아간다. 인텔 낸드(비휘발성 메모리)사업 인수 출발선에도 CEO였던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있다. 이 전 사장은 10조원 규모 M&A 전반부를 책임지고, 후임 CEO에게 배턴을 넘겨줬다.

이 전 사장은 2020년 10월 SK하이닉스 CEO 자격으로 로버트 스완(Robert H. Swan) 당시 인텔 CEO와 협상 테이블 앉아 낸드사업 양수 계약에 서명했다. 5년에 걸쳐 총 88억8000만달러(10조3104억원)를 지급하는 M&A를 첫 단추를 이 전 사장이 뀄다.

SK하이닉스는 자산총계 7조8359억원(2019년 연결 기준) 규모 인텔 낸드사업(옵테인 사업부 제외)을 품에 안는다. SSD(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반 데이터 저장 장치) 사업 부문, 낸드 단품·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팹(생산시설) 등이 이전받을 자산이다.



이 전 사장은 M&A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적임자였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이 축적한 반도체 기술과 사업 이해도가 남다른 CEO였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을 오가며 경력을 쌓은 기술 인재이기 때문이다.

뿌리는 SK하이닉스에 두고 있었다. 이 전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무기재료공학 학사·석사를 취득하고, 1990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1995년까지 현대전자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인텔에서도 10년간 일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2001년)를 받고,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인텔에 몸담았다. 인텔이 최고 기술자에게 주는 '인텔 기술상(Intel Achievement Award)'을 세 차례 받았다.

SK하이닉스에 돌아온 건 2013년이다. SK하이닉스는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있던 이 전 사장을 초대 미래기술연구원장으로 영입했다.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전 사장은 기술 전문성을 인정 받아 2018년 12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에 올랐다. D램(휘발성 메모리)개발부문장(2014~2016년), 사업 총괄 최고운영책임자(COO, 2016~2018년) 등을 지낸 뒤였다.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


이 전 사장은 인텔 낸드사업 양수 계약을 성사한 뒤 지난해 12월 1단계 인수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가격 적정성 평가부터 인수 구조 설계, 1차 인수대금(61억900만달러) 지급 등이 이 전 사장 주도로 이뤄졌다. 차진석 전 재무 담당(CFO) 부사장과는 CEO 초창기인 2018년부터 호흡을 맞췄다.

인수 구조는 두 단계로 나눴다. 각국 정부 규제 승인 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인수대금 중 61억900만달러는 1단계 인수 절차를 밟으면서 지불했다. 나머지 27억7100만달러는 2단계 인수 절차가 끝나는 2025년 3월까지 치르기로 했다.

투자자 소통도 이 전 사장이 챙겼다. 2020년 11월 M&A 직후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참석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 경위와 향후 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컨콜에 동석한 차 전 CFO는 분기 실적과 시장 전망을 제시하고, M&A 관련 내용은 이 전 사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 전 사장은 M&A가 D램에 비해 열세에 있던 낸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라고 판단했다. SSD 기술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보해 경쟁사보다 낸드사업 시작이 늦었던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2020년 SK하이닉스 연결 기준 매출비중은 D램 71%(22조5364억원), 낸드 23%(7조4712억원)였다.

이 전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 SK하이닉스 CFO가 한 차례 바뀌었다. 지난해 초 장혁준 재무 담당이 차 전 CFO 후임으로 왔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 직후에는 박정호 부회장이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박 부회장은 글로벌 전략과 사업 기회 발굴에 주력하고, 이 전 사장은 각자대표이사로 기술·제품 개발·투자·운영 등을 책임지며 인텔 낸드사업 인수 후속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1단계 인수자금은 대부분 SK하이닉스가 장기차입금 등으로 만든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에서 나간다. 총 9조4879억원이 인수 종결 시점까지 해외 자회사로 흘러간다. 지난해 12월 SK하이닉스는 중국 신설 자회사(SK hynix Semiconductor(Dalian))에 5조389억원을 대여(이율 2.2%, 분할 실시)하고, 3조978억원을 출자(분할 납입)하기로 했다. 자회사에 중국 내 팹 자산 인수 대가와 운영자금을 만들어줬다.

미국 신설 자회사(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로도 1조3512억원을 출자했다. SSD 사업 부문 자산, 영업, 지식재산권(IP) 등 인수대가로 나갈 자금이다. 인텔 SSD 사업을 운영할 미국 자회사(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사명은 '솔리다임(Solidigm)'으로 정했다.

나머지 2단계 인수 절차는 후임 CEO와 CFO 몫으로 남았다. 잔금(올 상반기 5억달러 지급 후 22억7100만달러)을 지급하고 낸드 IP, 연구·개발(R&D)·생산시설 운영 인력 등을 인수해야 한다. 이 전 사장은 지난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지난 6월 사장에서도 퇴임했다. 장 전 CFO는 지난해 12월 SK텔레콤 경영기획 담당으로 전출했다. 박정호 대표이사와 곽노정 대표이사(사장), 김우현 재무 담당(CFO)이 M&A 후반부를 이끄는 SK하이닉스 임원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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