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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만든 M&A

SK하이닉스 품에 안긴 솔리다임, 홀로서기 신고식 '쉽지 않네'

③법인 설립 등 일회성 비용 나가며 '예상된 적자', 규모의 경제 달성 관건

김형락 기자  2022-11-17 08:00:38

편집자주

국내 주요 그룹 성장사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룹마다, 기업마다 전략은 각양각색이다. 경쟁사를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도 하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 없는 기업을 인수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기도 한다. 때로는 M&A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M&A 뒤에도 목표했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전략, 재무, 법무, 인사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THE CFO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M&A 경로, 인수 후 통합(PMI) 성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솔리다임이 인텔에서 독립해 SK하이닉스 품에서 걸음마를 떼자마자 메모리 반도체 업황 다운 턴(하강 국면)에 직면했다. SK하이닉스는 당장 눈앞에 놓인 '예상 가능한 적자'에 연연하기보다 차차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큰 걸음으로 낸드사업(비휘발성 메모리)을 확장하고 있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합병(M&A) 성패는 점유율 확대에 우선순위를 둔 전략을 수익성 제고로 연결하는 데 달려 있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 관리보다 점유율 확장에 무게를 두고 낸드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 원가 절감이 곧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중장기 전략이다. 총 10조3104억원을 투입하는 인텔 낸드사업 인수도 이러한 전략 아래서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D램사업(휘발성 메모리)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D램시장에서 치킨게임을 견디며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3강 구도를 형성했다. 반면 낸드시장에서는 선두권 업체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2004년(당시 하이닉스반도체) 낸드 제품(512Mb NAND Flash) 개발하며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수익 구조도 D램사업에 치우쳐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비중은 D램 71%(30조5997억원), 낸드 25%(10조5294억원) 순이다. D램사업은 수익성 위주 전략을 펴며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는 단기간 안에 개선하기 어려웠던 규모의 한계 핸디캡을 단숨에 극복할 방안이었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낸드시장에서 주력하는 매출처도 겹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인텔 낸드사업 부문은 기업용 SSD(eSSD)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인텔 낸드사업 인수(1차 클로징) 효과는 곧바로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1~14%였던 SK하이닉스 낸드 시장점유율은 지난 2분기 20.3%(솔리다임 포함)까지 올랐다.


솔리다임은 설립 초기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예상했던 대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인텔에서 인수한 SSD(낸드 플래시 기반 데이터 저장 장치)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 담당 사장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 컨퍼런콜에서 솔리다임은 일반회계(GAAP) 기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텔에서 여러 사업 부문 중 하나로 있다가 SK하이닉스 자회사로 독립하면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텔 전사 실적에 묶여 있던 운영비용(생산설비 감가상각비 등)과 법인 설립 등에 들어가는 일회성 비용 등이 잡혔다.

솔리다임은 올해부터 SK하이닉스 연결 실적에 들어왔다. 올해 3분기까지 종속기업을 포함한 솔리다임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8491억원, 당기순손실은 8717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비상장 법인이라 영업이익은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추정한 인텔 낸드사업 매출은 4조9279억원, 영업이익은 5642억원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도 실적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악화된 시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으로 판매량과 가격 하락이 발생했다.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 수급 균형이 정상화되도록 할 방침이다.

솔리다임 인수 이후 맞이한 이번 다운 턴은 지난번과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낸드, SSD 사업 경쟁력이 보다 강화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 통합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인수 과도기를 지나 2025년 2차 클로징 이후 낸드 경쟁 지형에서 SK하이닉스에게 돌아오는 이점이 지금의 어려움보다 크다는 판단이다. 내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안정화하고, 추후 거시 경제 불확실성 해소되는 시기를 새로운 업턴(상승 국면)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솔리다임은 하반기 시황이 어려워진 부분도 있고, 인프라 투자 등 일회성 비용 누적돼 순손실을 기록했다"며 "당장 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기술 개발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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