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오근의 상무가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CFO 자리까지 차지하며 그룹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정통 재무라인 출신인 만큼 하이트진로홀딩스 공병권 부장의 뒤를 이어 전사 재무 현황을 두루 살펴볼 인물로 낙점됐다.
오 상무는 20여년간 회사에서 회계·세무·재무라인 업무를 담당하며 사내 조달 전략과 수익성 분석, 투자·비용 등을 관리해왔다. 향후 하이트진로홀딩스의 14개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재무 전략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오 상무는 이달부터 공 부장 대신 하이트진로홀딩스 관리부문 총괄과 하이트진로 회계팀 및 준법회계팀 담당을 맡는다. 원래 공 부장은 하이트진로 회계·준법회계팀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가 2020년 12월부터 하이트진로홀딩스 관리 총괄을 겸직하게 됐다.
이번엔 공 부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휴직에 들어가면서 오 상무가 공 부장의 업무를 맡게 됐다. 다른 사람을 후임으로 따로 세울 수도 있지만 사내 CFO인 오 상무에 대한 신임도가 높은 만큼 그에게 전권을 맡기는 분위기다.
1974년생인 오 상무는 서울 한성고등학교와 서울시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회계와 세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2001년 하이트맥주로 입사한 뒤 2014년 하이트진로 회계팀장, 2019년 세무·재무팀 총괄팀장 자리에 앉았다. 이후 입사 20년만인 2021년 말 임원 승진하며 세무·재무팀의 세무·재무담당 상무로 CFO 자리에 올랐다.
앞서 전임인 심원보 CFO의 퇴임 이후 최경택 경영기획·경영관리·IR 부사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후 오 상무가 승진하면서 세무·재무 부문을 분리해 담당 임원을 맡았다. 이때 회계팀은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돼 공 부장이 맡았는데 결국 오 상무가 회계팀까지 총괄하게 되는 셈이다.
오 상무는 사내에서 젊은 나이에 임원을 단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임원 중에선 관리부문의 허재균 신사업담당 상무가 1975년생으로 오 상무보다 한 살 어린 편이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의 차남 박재홍 부사장이 사내이사를 맡은 서영이앤티에서도 손발을 맞추고 있다. 허 상무는 서영이앤티 대표이사를, 오 상무는 관리총괄 각각 겸직하고 있다.
이번에 오 상무가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 CFO까지 도맡아 하면서 그룹 내 입지도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오 상무는 하이트진로뿐 아니라 하이트진로홀딩스 차입금관리와 유동성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하이트진로홀딩스의 경우 단기차입금이 8395억1900만원으로 작년 말(6704억1300만원)보다 25%나 늘었다. 순차입금도 9800억원에서 1조824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3조1489억원에서 2조9832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부채의 질이 일부 악화한 셈이다. 향후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부채 축소 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병권 부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에 들어가면서 오근의 상무가 공 부장 업무를 겸하게 됐다"며 "향후 직원인사를 통해 관련 인원이 충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