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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하이트진로 vs 오비맥주

모회사 돈줄 노릇…배당 퍼주기 부담되네

⑦[배당]하이트는 지주사 '빚 상환' 재원, 오비 '고배당 기조' 탈피 기류

박규석 기자  2023-08-09 07:29:5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공통점 중 하나는 고배당 정책이다. 높은 배당금의 최대 수혜자는 이들의 모회사로 각각 하이트진로홀딩스와 AB인베브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수년째 유지 중이며 모회사 등을 위한 고배당 정책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현금창출력에 직·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과중한 차입

하이트진로의 최대주주는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지분(이하 보통주 기준) 50.86%를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순수지주사로 자회사의 지배와 경영지도, 육성 등의 지주사업만 가지고 있다.

자체사업이 없기 때문에 현금창출은 모두 자회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주요 수익원은 배당수익과 브랜드 사용료, 상표권 사용료 등이다. 이 가운데 수익 비중이 큰 부분은 배당수익이다. 지난해 말 개별기준 영업수익은 350억원으로 그 중 배당수익이 289억원을 기록해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로열티수익과 용역수익에서 각각 53억원(20%)과 3억원(6%)을 거둬들였다.


이처럼 현금유입의 창구가 제한적인 가운데 하이트진로홀딩스는 과도한 차입금의 여파로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2005년 하이트진로(옛 진로) 인수 당시 발생한 자금 소요와 함께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주주간 계약체결 등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개별기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총차입금은 6028억원 규모다. 총차입금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9.6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이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동시에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차입금의 68%(4122억원)에 달해 단기상환에 대한 부담도 가중한 상태다.

작년 말 개별 기준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가 보유 현금성자산은 400만원에 불과하다. 연간 350억원 내외의 영업현금창출력을 고려하더라도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4122억원의 단기성차입금 등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지주사 차입금 짊어진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과도한 차입금은 고스란히 그룹 내 캐시카우(Cash Cow) 하이트진로에게 전가되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차입금 상환과 이자비용 지급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배당수익이 중요한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이를 상당부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트진로의 배당성향은 76.26%다. 같은 기간 코스피 평균 배당성향 35.07%보다 41.1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나타낸 시기는 2018년이다. 당시 하이트진로의 배당성향은 251.17%였고 코스피 평균은 34.88%였다.


하이트진로는 매년 500억~600억원 사이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총 644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규모 측면에서는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큰 금액이다. 다만 배당금의 상당부분은 모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에게 돌아갔다. 하이트진로홀딩스가 보유한 하이트진로의 지분율 대입하면 올해 지주사가 받은 배당금은 약 340억원이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영업수익에서 하이트진로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수익 중 약 85% 수준을 하이트진로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하이트진로로부터 받은 배당금 수익은 287억원이다. 이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전체 영업수익의 83%나 된다. 로열티수익과 용역수익 등까지 합산할 경우 관련 비중은 99%(347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신용평가사 등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재무건전성을 분석할 때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별도기준 차입금을 합산한 지표를 함께 활용한다. 모회사의 차입금 상환 등의 재원을 위해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부분이 하이트진로의 현금창출력에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트진로의 개별기준 총차입금은 9735억원 규모다. 단순 계산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차입금을 합산할 경우 관련 금액은 1조5763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다만 하이트진로의 현금창출력이 2020년 이후 개선세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2020년 말 개별 기준 하이트진로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342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3548억원을 창출하기도 했다.

◇오비맥주, AB인베브에 2조 배당

오비맥주도 하이트진로와 마찬가지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하이트진로와 달리 오비맥주는 글로벌 주류기업 AB인베브가 지분 100%를 확보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배당금이 고스란히 모회사에 귀속된다는 얘기다.

이는 오비맥주가 2014년 AB인베브에 재인수된 이후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AB인베브에 인수된 이듬해에 37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이 시작이다. 이후 오비맥주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이어 배당을 실시했다. 평균 3310억원의 배당금이 집행됐고 이 기간 중 AB인베브는 총 1조6550억원의 배당금 수익을 올렸다. 2015년에 실시한 중간배당까지 합칠 경우 배당금 총액은 2조25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오비맥주가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고배당 기조를 유지했다는 대목이다. 실제 오비맥주는 2019년에 순이익이 전년 3806억원 대비 28% 줄어든 2743억원이었지만 이듬해에 4000억원의 배당금을 집행됐다. 2020년 역시 순이익이 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으나 2021년에 3360억원을 배당금으로 사용했다.


오비맥주의 고배당 정책은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에 어려움 겪는 가운데 고배당 기조를 유지한 결과 잉여현금흐름(FCF)은 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총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8년 말 개별기준으로 4657억원 규모였지만 이듬해 3673억원까지 감소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731억원과 3019억원을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은 2019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음수를 기록했다. 2019년 말과 2021년 말에 기록한 잉여현금흐름은 각각 마이너스(-)1909억원과 -182억원이다. 같은 기간 자본적지출은 400억~1100억원 내외로 유지된 만큼 잉여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에는 오비맥주의 배당 정책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배당금 규모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 배당금은 1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나 줄었다. 과거 연평균 3800억원의 배당금이 집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변화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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