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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하이트진로 vs 오비맥주

지배 방식은 다르지만...전문경영인 체제 주목

④[소유구조]박문덕 회장 등 지배력 공고한 하이트, 돌고 돌아 AB인베브에 안긴 오비

박규석 기자  2023-08-01 15:35:1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소유구조 차이는 뚜렷하다. 하이트진로가 박문덕 회장 등 오너일가 중심이라면 오비맥주는 모회사인 AB인베브 영향력 아래에 있다. 오비맥주의 경우 최대주주의 손 바뀜이 잦았던 반면 하이트진로는 큰 변동이 없기도 했다.

기업의 소유 측면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경영에 있어서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대주주와 밀접한 인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이다. 하이트진로가 오너일가의 측근을 대표이사로 중용했다면 오비맥주는 모회사 출신의 인사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하이트진로 54년 지배한 오너일가

하이트진로의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하이트진로의 최대주주는 지분(이하 보통주 기준) 50.86%를 보유한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다. 박 회장은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지분 29.5%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박 회장의 부친인 창업주 박경복 명예회장이 조선맥주의 경영권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하이트진로그룹의 뿌리인 조선맥주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아사히 맥주 등을 생산하던 대일본맥주의 자회사였다. 1969년 박 명예회장이 그의 형인 박경규 사장의 뒤를 이으며 현재와 같은 지배구조의 토대를 다졌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회사의 경영은 박 명예회장에서 오너 2세 박 회장으로 조금씩 넘어가게 됐다. 박 회장은 1987년 조선맥주 전무를 시작으로 동서유리공업(현 하이트진로산업) 대표이사와 조선맥주 부사장을 거쳐 1991년에 조선맥주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8년 뒤 1999년 4월에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00년 6월 회장에 올랐다. 당시 박 명예회장과 박 회장의 하이트맥주 지분율은 각각 9.95%와 5.24%였다.

박 회장은 취임 후 진로 인수 등을 주도하며 하이트맥주의 외형을 키웠고 2008년 7월에는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주류사업을 신설법인 하이트맥주에 넘기는 게 골자였다. 이후 하이트맥주는 진로와 합병하며 사업회사 하이트진로와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 체제가 구축됐다. 2011년 9월 말 기준 박 회장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율은 29.49%였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하이트진로가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13년 말에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의 대표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지주사와 하이트진로의 이사직은 이듬해 3월에 내려놓으면서 실질적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게 됐다.


그 결과 하이트진로홀딩스는 김지현·김인규 각자 대표 체제로 바뀌게 됐고 하이트진로는 김인규 대표 단독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는 김인규 사장이 각각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62년생인 김 사장은 박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하이트진로의 경영을 이끌고 있는 전문 경영인이다.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뒤 34년 동안 한 회사에서 경영기획과 영업, 인사 등의 업무를 두루 맡은 인사다. 하이트맥주 영업본부 본부장과 하이트맥주 부사장 등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올랐다.

그의 특징 중 하나는 오랫동안 박 회장을 보좌했다는 대목이다. 박 회장이 하이트진로의 경영에 참여할 때부터 김 사장은 주요 보직과 사장 등을 지내며 그를 보필했다. 현재 지주사와 하이트진로의 대표이사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부분 또한 박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의미로 보인다.

◇오비맥주 재인수한 'AB인베브'

오비맥주도 하이트진로 못지않은 긴 연혁을 가지고 있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오너일가 등이 오랫동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지만 오비맥주는 대주주의 변동이 컸기 때문이다.

오비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는 1933년 일본 기린맥주가 한국에 세운 '소화기린맥주'가 출발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소화기린맥주는 미군정에 귀속됐고 1948년 당시 주주였던 박승직 두산그룹 창업자가 회사를 불하받아 아들인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에게 맡겼다. 오비맥주의 초대 소유주가 두산그룹인 이유도 이러한 이력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면서 오비맥주의 지분 상당 부분을 외부에 매각하게 된다. 당시 오비맥주의 지분에 관심을 보인 곳은 벨기에 주류사 인터브루였다. 1998년 9월 인터브루는 두산그룹으로부터 오비맥주의 지분 50%(경영권 포함)를 인수했다. 이후 2001년 잔여 지분을 인수한 인터브루는 오비맥주의 새 주인이 됐다.


인터브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보유한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이하 AB인베브)의 모태다. 인터브루는 2004년 브라질의 암베브와 합병해 인베브가 됐다. 2008년에는 미국의 안호이저부시까지 품으며 지금의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로 거듭났다.

다만 AB인베브와 오비맥주의 완전한 결합은 잔여 지분 인수가 완료되고 13년이 지난 2014년의 일이다. 2009년 7월 AB인베브가 경영난을 이유로 사모펀드 KKR에게 오비맥주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오비맥주 매각대금은 18억 달러였다.

오비맥주가 AB인베브의 품으로 돌아온 건 5년 후인 2014년 4월이다. AB인베브가 KKR로부터 오비맥주 지분 전량을 58억 달러에 재인수했기 때문이다. 과거 지분 매각 대금이 18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재매입한 셈이었다.

사진(왼쪽부터)은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자르딤 전 대표, 브루노 코센티노 전 대표, 벤 베르하르트 대표.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재인수한 이후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이를 위해 오비맥주 내부 인사가 아닌 모회사 차원의 인사를 전문 경영인으로 중용했다. 이 과정에서 브라질 출신의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자르딤(Frederico Freire Jardim) 사장이 초대 외국인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브루노 코센티노(Bruno Cosentino) 사장이 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벤 베르하르트(Ben Verhaert) 사장이 오비맥주를 지휘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AB인베브 출신 대표라는 점이다.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자르딤 전 대표의 경우 1996년 AB인베브에 입사해 영업과 생산 등을 거치며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APAC) 통합부문 부사장 등을 지냈다.

브루노 코센티노 전 대표는 1997년 AB인베브 입사 이후 약 20년 동안 안데스 지역 마케팅 총괄, 브라마 맥주 마케팅 임원 등을 역임한 글로벌 맥주 전문가다. 현직인 벤 베르하르트 대표는 2001년 AB인베브 입사한 후 벨기에 영업 임원과 룩셈부르크 사장, 남유럽 지역 총괄 사장, 남아시아 지역 사장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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