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3분기에도 90%대 매출원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앞서 원가율 상승이 붕괴사고로 인한 일회성 요인으로 여겨졌으나 예상 밖 상황이 이어졌다. 당장 4분기 원가율을 방어하더라도 연간 수치를 낮추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원가율 관리가 최대 숙제가 된 모양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3분기말 연결 기준 매출 2조3830억원 가운데 2조1875억원을 원가로 지불했다. 원가율은 91.7%로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늘었다.
매출은 같은 기간 1% 가량 상승한 반면 원가는 14% 늘었다. 누적 분양매출과 기타수익은 3분기말 기준 1409억원과 18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22%, 180% 상승했지만 원가율을 방어하는데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분양매출원가가 538억원에 그쳤는데 올 3분기말 기준 204%까지 급증했다. 기타수익과 건설계약매출, 공사매출 등의 원가는 각각 152%, 112%, 109% 치솟았다.
특히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관련 원가와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8개동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추가 공사에 따른 원가 투입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탓이다. 예상 원가는 201동 매몰·해체·재시공 원가와 준공 지연에 따른 시행사 지체상금, 수분양자 및 피해자 보상금 등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공급망 둔화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분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원자재인 철근의 매입가는 3분기말 기준 톤당 약 101만원으로 책정됐다. 전년 대비 24% 상승한 셈이다. 2020년 67만원대에서 매입했던 레미콘은 3분기말 기준 80만원으로 값이 뛰었다.
그룹사간 바게닝 파워(협상력)을 발휘해 원자재를 효율적으로 매입할 수 없었던 점도 뼈아팠다. 건설원자재 제조기업을 보유한 대기업 그룹과 달리 특수거래를 통한 수혜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대제철과 삼표산업, 현대리바트, 한솔홈데코 등 외부업체와 계약을 맺고 원자재를 매입하고 있다. 입찰과 수의계약 등을 통해 원가관리와 원자재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3분기에도 원가율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회사 안팎에선 다소 힘이 빠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8월말 올해 첫 분양단지인 수원 아이파크 시티 10단지와 인근 단독용지 매각을 통해 실적 반등을 노렸다.
매년 78~83%의 원가율을 달성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4구역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후 부침을 겪었다. 1분기 원가율은 105%를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2분기 94.9%를 기록했다.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사 중 가장 높은 매출원가율을 기록하며 불명예를 떠안았다. 지난해 최고 수준의 영업관리를 보였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원가율 100%를 넘겼던 1분기와 비교하면 개선세가 나타난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지난해 분기 평균 수준인 80%대로 진입하진 못했지만 분명한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4분기 수원 아이파크 분양대금이 유입되면 분모에 해당하는 매출은 한차례 더 개선될 여지가 남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에 따른 영업손실과 글로벌 원자재값 상승분이 매출원가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