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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달러 파장 - 반도체

SK하이닉스, 이미 시작된 투자 완급 조절

③신규 팹 건설 지출 통제, 내년 설비투자 감소 시나리오도 대두

김형락 기자  2022-10-04 16:05:21
SK하이닉스가 장·단기 투자 완급 조절에 들어갔다. 달러화 강세로 대변되는 거시경제 환경 변화와 IT(정보기술) 수요 동향에 맞춰 투자 속도와 규모를 조정하는 모양새다. 지난 2분기까지 달러 가치 상승 후광효과를 누렸지만, 지금은 IT 업체들이 섣불리 예산을 집행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SK하이닉스도 투자활동에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펼치는 환 전략은 단순하다. 내추럴 헤지(Natural Hedge)가 기본 환 위험 관리 정책이다. 일부 달러화 차입금(10억달러)만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해 관리하고 있다.

반도체 결제는 100% 달러 결제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방향과 이익 증감 방향이 일치한다. 지난 2분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에서 원가 쪽에 비용 증가 효과를 차감한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약 400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에게는 환율 움직임보다 거시경제 여건 변화에 뒤따르는 IT 수요 동향이 보다 중요한 지표다. 소비자 구매 심리와 기업 투자 심리가 SK하이닉스 고객사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는 연쇄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올해 환율 흐름은 SK하이닉스 투자 지출 통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필두로 환율 등 거시경제 환경이 바뀌면서 IT기업들의 메모리칩 주문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WSTS(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가 집계한 메모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SK하이닉스는 단기 반도체 수요 예측치와 장기 업황 흐름을 기반으로 투자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기 투자계획은 한 차례 조정했다. 팹(반도체 생산 시설) 신설 투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잡았다. 부지 확보부터 시작하는 대규모 지출보다 확보해둔 부지를 활용한 비용이 덜 드는 확장 투자를 선택했다.

지난 2일 팹 확장 투자에 5년간 총 15조원을 쓴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 충북 청주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6만㎡ 부지에 M15X 건설 공사를 시작한다. 2025년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을 내다 본 선행 투자다. 2025년 초 완공이 목표다.

지난 6월 이사회에서 투자 결정을 보류한 M17 신규 팹 착공 시점은 미정이다. 반도체 시황 등 경영 환경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17은 부지 확보부터 시작해야 하는 대규모 투자 건이다.

M15X 건설에는 연간 3조원 가량이 들어간다. 최근 SK하이닉스 설비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지출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유형자산 취득으로 약 12조원(연결 현금흐름 기준)을 썼다.


단기 설비투자(Capex) 축소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설비투자를 상당 폭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상황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공유했다.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를 우려한 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투자 축소로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우선 소진하려는 움직임을 예상하면서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3개월, 6개월 예측치를 가지고 단기 설비투자를 조정한다. 매년 10월 진행했던 설비투자 의사결정을 올해는 1~2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팹 신규 투자는 클린룸을 미리 지어놓고 가동 시기 시황을 고려해 장비를 도입하는 형태"라며 "단기 설비투자 전망은 3분기 실적 발표 때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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