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켜놓던 녹음기를 끄거나 바삐 움직이던 타이핑을 멈출 때 인터뷰이(Interviewee)는 그제서야 '진짜 이야기'를 꺼낸다. 기자는 이때 취재원 보호와 진실 보도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양쪽 모두 외면할 수 없는 게 기자의 의무. 더벨이 인터뷰이들과의 솔직담백한 후일담을 전하는 '오프더레코드'를 기획한 이유다.
▶"CFO분들은 왜 이렇게 몸을 사리시는 걸까요?" 요즘 CFO들을 만날 때마다 꼭 던지는 질문이다. 번번이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설령 성사되더라도 말을 줄이기에 급급한 CFO들에 대한 'CFO 출입 기자'의 노골적인 섭섭함이다. 최근 만난 두 명의 CFO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둘의 공통점은 현재 상장을 준비하는 점. 어떻게 보면 언행을 삼가야 하고, 또 어떻게 보면 활동량을 높여야 한다. 어느 때보다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
▶먼저 만난 ㄱ CFO는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 다른 C레벨 임원들은 잘못해도 대표이사에게 혼나는 정도로 끝난다"며 "그런데 CFO는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ㄴ CFO도 "임원 가운데 법과 제도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이는 CEO와 CFO뿐"이라며 "그런데 본인 언행이 법과 제도에 어느 정도로 저촉되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워 조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CFO가 외부감사법이 규정한 내부회계관리자를 맡고 있다. 회계상 문제가 발생하면 민형사상 책임질 가능성 있는 자리에 앉은 셈이다. 실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기업의 CFO나 재무·회계 담당자가 구속 기소되는 뉴스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엔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CFO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법적 지위가 올라가는 만큼 처벌 수위는 자연히 올라간다.
▶하지만 지위가 올라간 만큼 보상도 커지고 있다. 그저 책임만 지우고 있지 않다.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 올리는 CFO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확 늘어나면서 투자자 소통을 잘하는 CFO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좋은 환경이다. 돈과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는 환경이 CFO들에게 주어진 셈이다. 1990년대 중반 LG그룹이 처음으로 CFO라는 직책을 도입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사람은 불안과 공포에 더 이끌리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오너가 '얌전한 임원'을 좋아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CFO들의 입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한 CFO는 "우리의 말 때문에 기업가치가 오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건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 업무 성과를 내는 데 언론이 도와주면 CFO가 입을 열지 않겠냐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음, 그런데 어쨌든, 그럴려면 CFO들이 적어도 '말'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