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기업의 '두뇌'와 같다. 경영을 하면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린다. 사업상 흠결은 없는지 살피는 감독 기능도 수행한다. 자연스럽게 이사회는 거버넌스(지배구조) 이슈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단연 관심사는 이사회 인적 구성과 직책 선임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일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를 권고한다. 한국거래소는 더 나아가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경우가 분리 취지에 부합한다고 풀이했다.
과연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총괄하는 사례만이 정답일까. 물음표를 간직한 채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에서 공시한 올해 반기보고서를 들여다봤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회사는 22곳에 그쳤다. 19개사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우두머리로 활약했다.
누가 의장을 맡을지 여부는 기업이 이사회 역할을 바라보는 시각에 달렸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데 방점을 찍으면 사외이사를 이사회 중심에 놓는다. 전략 입안과 사업 수행을 빠르게 촉진하는 기능을 중시한다면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를 이끌어간다.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회장이 이사회 운영을 총괄한다.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유는 공시 보고서에 드러났다. 현대차는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및 경영환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취지를 강조했다. LG화학 역시 "효율적이고 책임있는 운영"을 CEO와 이사회 의장 겸직 배경으로 설명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면 속도감 있는 판단이 관건이라는 인식과 맞닿은 셈이다. 현대차는 중장기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영역을 눈여겨보고 있다. LG화학은 국내외 배터리업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물론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수행하는 사례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립적인 안목을 갖춘 외부 인사가 기업의 경영 기조를 설정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지주사 SK㈜는 공동체 조직 연구에 조예가 깊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기면서 '사회적 가치 실현' 의지를 드러냈다.
이사회에 '정답'은 없다. 대표이사도, 사외이사도 이사회를 이끌어갈 자격은 충분하다. 개별 기업이 맞닥뜨린 고민과 과제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하면 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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