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는 유전자치료 연구가 막 시작된 90년대 등장한 기업이다. 희망을 상징하는 파랑새로 이름을 바꿔달고 2013년 나스닥에 데뷔, 1억달러 이상을 모집해 ‘월스트리트 달링’으로 첫발을 뗐다.
당시 87명이던 직원수는 7년 만에 1000명으로 불었으며 2018년엔 주가도 150달러까지 뛰었다. 블루버드에서 일한다는 것은 바이오업계에서 마치 구글이나 애플 사원증에 못지않은 엘리트의 증명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몇 달 전 블루버드가 6년간 함께했던 CFO 지나 콘실만의 사임을 알렸다. 자금이 바닥나기 직전이라 올해를 무사히 넘길지 모르겠다는 고백이 뒤를 따랐다. 신약승인 지연 등 악재가 이어진 마당에 써야하는 돈만 수천억원인 탓이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약 '진테글로'가 지난달 FDA 승인을 얻으며 존폐 위기는 벗었지만 치료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연내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다.
블루버드는 바이오업계 재무책임자들이 놓인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손에 잡히는 실적은 없고 R&D는 필수이니 아무리 잘나가도 돈 문제에 시달린다. 신기술 스타트업이나 수익모델이 아직 구축되지 않은 플랫폼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돈은 들어오지 않는데 쓰기만 하는 ‘캐시 버닝(cash burning)이 불가피하다.
국내에서 이런 회사들이 택한 활로는 전환사채(CB) 발행이다. 재무가 불안정해 저금리 차입이나 유증이 어려운 기업들에게 낮은 이자로 현금을 빌릴 수 있는 CB는 구명줄과 다름없다. CB의 발행한도가 차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돌려 최대치로 자금을 끌어오는 기업들도 있다.
이렇게 발행된 CB는 2020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넘치는 유동성에 모험자본과 성장주가 주목받으면서 작년에는 거기서 3조원 이상이 더 늘었다. 반면 주식전환 규모는 올해 확 축소됐다. 당연히 주식으로 바뀌지 않은 발행잔액이 유례없이 쌓여 있다.
문제는 지금 시장이 죽을 쑤고 있다는 점이다. 전환사채의 상환기한은 길어야 2~3년이다. 작년까지 무더기 발행된 CB의 만기가 내년이면 줄줄이 도래한다. 하지만 역대급 고금리, 고환율로 찾아온 폭락장에 주가가 오르면 이상한 상황이 됐다. 기업들로선 CB를 주식으로 바꿔갈 이유가 없어졌다. 최근 유틸렉스 등 조기상환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B 상환은 최근 자본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슈”라며 “유관 연구원에서 시장에 경고를 검토하고 있고 아마 금융위도 데이터를 알아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업들은 대개 빚을 현금으로 갚을 능력이 떨어진다. 방법은 차환뿐이지만 발행여건이 바닥이니 울며 겨자먹기로 악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어쩌면 EOD(기한이익상실)가 발동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튼 호우주의보. 마른 논에 비를 당겨는 왔는데 졸지에 태풍을 걱정하게 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