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에겐 주특기가 존재한다. 재무제표 작성과 회계 이해, 자금 조달, 투자자 소통, 인수합병(M&A) 등 투자, 사내 커뮤니케이션, 사업과 기술에 대한 이해 가운데 특정 업무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가진 CFO들이 있다. 최근 많은 기업이 찾는 CFO 역량으로는 자금 조달과 투자를 꼽을 수 있다.
SK렌터카 CFO인 김주형 기획재무실장의 주특기는 최근 트렌드에 맞는 투자다. 최근 더벨과 만난 김 실장은 "관리자로서 회사와 산업을 폭넓게 볼 필요가 있다"며 "비즈니스를 더 키우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자체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오가닉(organic) 전략 뿐 아니라 M&A 등 외부 기업을 통한 인오가닉(inorganic) 전략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1968년생으로 연세대와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김 실장은 대학원에서 미시경제를 공부했다. 미시경제는 기업의 자원과 분배, 소비자 효용 등을 다룬다. 모회사인 SK네트웍스에서 투자관리팀장과 M&A팀장을 차례로 역임한 바 있는 그는 소위 말하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다.
2019년 1월 AJ렌터카(현 SK렌터카) 경영지원본부장과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부여받은 임무 중 하나도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을 마무리짓는 것이었다. PMI 과정은 M&A의 최종 단계다.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단계로 평가받는다.
김 실장은 "SK네트웍스는 개인과 법인 등 장기 렌탈 시장에서, AJ렌터카는 단기 렌탈 시장에서 강점이 있었다"며 "통합 작업은 계획한 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SK렌터카는 사상 첫 매출 1조원 돌파와 신용등급 상향 조정(회사채 등급 A→A+) 등으로 통합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투자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SK렌터카는 기획재무실 산하에 투자 관련 조직을 꾸리고 있다. 또한 5억원 이하의 투자일 경우에는 김 실장이 직접 투자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대표이사의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만큼 투자와 관련해선 회사가 그에게 폭넓은 권한을 준 셈이다.
투자 활동은 2021년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소프트베리 △팀오투 △에바 △카랑 등 네 곳의 수소·전기차 및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에 총 83억여원을 지분투자했다. 올해 2월에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타운즈'에 5억원을 투자해 지분 2.7%를 확보했다. 회사가 막 출범한 때 지분투자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SK렌터카는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오르면서 지분 평가이익을 얻고 있다. 이 또한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더불어 투자한 기업들과 협업한 결과물도 내고 있다. 이를테면 팀오투와 함께 중소 렌터카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차량 관리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가운데 김 실장은 5억원을 출자한 에바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에바는 전기차 충전기와 서비스 등을 제작·제공하는 업체로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탄생했다. 김 실장은 에바의 기술력이 전기차 이용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충전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전기차 전문 렌탈 기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는 여러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걸 SK렌터카 혼자 다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특정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스타트업 등 기업들에 투자했다"며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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