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롯데그룹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크게 두 층위로 나뉜다. 지주사와 각 계열사 재무를 책임지는 법인별 CFO와 계열사를 사업군으로 묶은 HQ(헤드쿼터) 소속 CFO가 있다. 중간지주사 체제를 채택한 재계 다른 그룹과 조직 체계가 다르다.
HQ CFO 인선에는 신구 조화가 돋보인다. 유통군HQ에는 퇴임했던 임원을 불러들이고, 호텔군HQ에는 신예 임원을 앉혔다. 화학군HQ에는 2년 동안 CFO 경력을 쌓은 임원을 배치했다.
◇유통·화학·호텔군HQ CFO 3인방 구축…식품군HQ는 미공개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HQ 체제를 운영 중이다. 출자구조와 업종 공통성 등을 고려해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하고, 주요 사업군인 식품·쇼핑·호텔·화학에는 HQ 조직을 갖췄다. HQ는 각 계열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법인과 같이 실체가 있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BU(비즈니스 유닛)보다 조직 역량을 키웠다. HQ에는 BU에 없던 재무와 인사 기능을 보강했다. 롯데그룹은 2017년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BU 체제를 도입했다. BU장을 두고 계열사 현안 및 실적 관리, 공동 전략 수립 등에 주력했다.
유통군HQ는 고문으로 물러났던 장호주 롯데쇼핑 부사장의 복귀 무대다. 올해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을 맡으며 롯데쇼핑 임원으로 컴백했다. 재무 분야 중역 임원이었던 장 부사장은 2020년 11월 롯데쇼핑 쇼핑HQ 재무총괄본부장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었다.
화학군·호텔군HQ CFO는 각각 간판 계열사 재무 수장에게 맡겼다. 강종원 롯데케미칼 상무가 화학군HQ CFO와 롯데케미칼 재무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강 상무는 2020년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재무회계부문장을 맡으며 CFO로 활동하고 있다.
한경완 호텔롯데 상무보는 호텔군HQ 재무혁신부문장과 호텔롯데 재무혁신부문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한 상무보는 지난해 11월 임원으로 승진한 뒤 곧바로 HQ에 배치됐다.
◇CFO 주로 재무·회계 치중…롯데정밀화학·코리아세븐은 업무 범위 넓어
지주사와 각 계열사 CFO 역할은 대부분 재무 분야에 한정돼있다. CFO는 재무혁신실·부문장(롯데지주·호텔롯데), 재무본부·부문장(롯데쇼핑·롯데케미칼·롯데렌탈·롯데하이마트· 롯데글로벌로지스), 재경부문장(롯데건설·롯데칠성음료), 경영지원본부장(롯데캐피탈), 재무전략부문장(롯데제과)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CFO가 거느린 조직도 재무·회계 쪽에 치우쳐있다. 롯데쇼핑은 CFO 아래 IR팀, 재무팀, 회계팀, 세무팀을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CFO가 기초소재 회계부문, 기초소재 재무부문을 관장한다.
화학 계열사 중에선 롯데정밀화학의 CFO 권한이 남다르다. 김우찬 롯데정밀화학 상무는 ESG경영본부장과 경영지원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ESG경영본부에는 경영지원부문 외에 경영기획부문, 구매부문이 들어와 있다. 김 상무는 사내이사로 경영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 4곳에서 모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CFO가 재무와 사업을 함께 살핀다. 손승현 코리아세븐 상무는 재무부문장과 금융사업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금융·VAN사업, 현금정산기 솔루션 사업 등을 챙긴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금융사업부문 매출비중은 0.6%(64억원)다. 코리아세븐 주력 사업은 편의점부문이다.
롯데그룹은 CFO가 모두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진 않다. 계열사마다 이사회 구성은 다르다.
롯데지주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CFO를 다시 사내이사로 들였다. 고정욱 롯데지주 부사장이 재무혁신실장으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고 부사장은 ESG위원회를 제외한 투명경영위원회, 집행위원회, 보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 CFO도 활동 반경이 넓다. 김두한 경영지원본부장(상무보)은 사내이사로 운영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등 5곳 모두 위원으로 올라가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사외이사 위주로 이사회 내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박상윤 상무보는 롯데하이마트 사내이사로 등재돼있지만 개별 위원회에 속해 있지는 않다. 송효진 롯데칠성음료 재경부문장(상무보)은 경영위원회 위원으로만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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