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의 곳간을 책임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그룹 재무통 김회언 전무가 내정됐다. 현대산업개발 재무팀장에서 물러난 후 8년만의 컴백이다. 두 차례 대형 사고로 위기감이 고조된 HDC현산의 재무구조 개선을 책임지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 전무는 신임 최익훈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그룹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다. 외연 확장보다 내부 기강을 다잡겠다는 HDC현산의 의도가 깔린 인사로 해석된다. HDC현산이 신임 대표체제에서 사고 수습과 함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룹 재무통, 8년만에 HDC현산 복귀
16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7월 1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최익훈 대표와 김회언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 전무 입장에선 8년만에 HDC현산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1999년 현대산업개발이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한 당시 현대차에서 자리를 옮긴 대표적인 인물로 계열분리 후 그룹의 기틀을 다지는데 공을 쌓았다.
2014년까지 현대산업개발에서 근무하다 HDC아이파크몰과 HDC신라면세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HDC아이파크몰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선임된 후 재무관리 능력을 인정 받아 1년 후 HDC신라면세점 CFO 자리를 꿰찼다. 2018년 공동대표이사로 올라섰으며 3년후 HDC아이파크몰로 자리를 옮겨 공동대표이사를 겸직했다.
HDC현산은 최근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였던 김 전무를 불러들여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외부 영입보다 그룹 내부에서 경험과 신임이 두터운 인사를 고려해 그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잇따른 사고 후 그룹 재무사정에 밝은 인사를 선임해 경영 정상화를 서두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실상 CFO 역할을 했던 유병규 전 대표의 뒤를 잇는다는 점에서 김 전무는 적지 않은 부담감을 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대표는 현대경제연구원과 국민경제자문회 출신으로 정몽규 회장의 신임을 얻어 HDC그룹에 합류했다. 당시 민관을 넘나들며 경력을 쌓은 경제정책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지주사 전환과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 등 굵직한 사안을 진두지휘해 그룹내 입지를 다졌다. 올해 초 그룹 수뇌부에서 HDC현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화정동 사고 이후 직을 내려놓고 사고수습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차입금 1.2조, 재무구조 개선 과제
현재 HDC현산은 PF대출금과 ABTBS 상환, 유동성 확보 등 재무과제를 안고 있다. 정 회장이 화정동 사고 대안으로 내놓은 3750억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도 처리해야 한다
당장 1년내 해소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1조2173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국민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운영자금으로 1년 내로 상환해야 한다.
업계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단기차입금의존도(단기차입금/자산)를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20.7%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발채무 부담이 그만큼 큰 셈이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한자릿수의 단기차입금의존도를 유지하는 중이다.
다행히 1조2000억원 규모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보유고를 크게 늘린 덕분이다.
신용등급은 시장의 우려대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HDC현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낮췄다. 기업어음은 'A2+'에서 'A2'로 내렸다. 유동성 부담이 증가하면서 대응능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평정을 덧붙였다.
사고 전 업계 최상위 수준이었던 매출원가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2021년 3~4분기말 기준 HDC현산의 연결기준 매출원가율은 78~85%로 대형 건설사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사고 이후 1분기 매출원가율은 계열분리 후 처음으로 105%를 기록했다. 공사와 분양으로 벌어들인 매출보다 비용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밖에 지주사 자산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사옥과 파크하얏트 서울·부산, 미착공 토지 등 부동산을 담보로 1조원 이상의 여유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정 회장이 국내 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과 만나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형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담보로 맡긴 후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