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후 100%가 넘는 매출원가율을 기록했다. 매출원가가 매출액을 넘어서면서 원가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원가는 7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9513억원의 매출원가를 인식한 점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다.
눈 여겨볼 부분은 HDC현산의 1분기 매출원가율이 105%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매출액이 6856억원에 머무는 가운데 공사매출과 분양매출원가는 전년 동기 대비 36%, 72% 증가한 6543억원과 3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원가율은 직전분기 대비 9%포인트 상승한 95%를 기록했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원가를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영업관리가 효율적으로 지켜졌는지를 보는 지표로 활용된다. 매출원가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100%를 초과하면 공사와 분양으로 벌어들인 매출보다 비용이 더 많다는 의미다.
HDC현산은 매년 78~83%의 준수한 매출원가율을 달성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중 최고 수준이다. 그룹이 인적분할한 2018년 이후 꾸준히 줄었다. 원가율은 첫해 84%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83%로 내렸다. 2020년에는 79%로 줄었고 지난해 85%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관련 원가와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8개동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추가 공사에 따른 원가 투입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철거와 재시공, 주민보상금 등에 투입해야 할 추가손실액은 1622억원 수준이다. 공사손실충당부채 561억원과 충당부채 603억원을 포함한 액수다.
업계에선 글로벌 공급망 둔화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분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HDC현산이 공시한 3년간 원재료 가격변동을 보면 철근은 1톤당 96만원으로 지난해 말 81만원보다 15만원 가량 늘었다. 2020년 말과 비교하면 56% 높아진 가격이다. 레미콘은 ㎥당 7만1000원으로 같은기간 4% 정도 증가했다.
HDC그룹 계열사 중 건설원자재를 생산하는 제조기업이 없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대기업 그룹에 속한 건설사들은 글로벌 원자재값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와 특수거래를 통해 원가를 관리하고 있다.
반면 HDC현산의 매입처는 계열, 합작, 주주, 특수분양 등의 제휴관계가 없다. 입찰과 수의계약 등을 통해 원가관리와 원자재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HDC현산은 현대제철(철근)과 레미콘(천마), 구정마루(한솔홈데코), 공조장비(LG전자), 현대리바트(가구) 등으로부터 원자재를 매입하고 있다.
발주처와의 도급계약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은 건설사가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
HDC현산 관계자는 "기존 시공계약을 유지하는 한편 브랜드 관리와 원가경쟁력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