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순탄하지 않다. 동원산업 주주들이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 기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동원산업 가치가 비상장사 동원엔터프라이즈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게 요지다.
복잡한 합병비율 산식을 차치하더라도 주주들의 반발이 몽니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형성된 주가가 합병가액으로 산정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주주들의 원성은 동원산업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3년간 동원산업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에 머물러 있다. 시장 평가가 그러려니 하고 넘길 문제는 아니다. 시장에서 수산물 어획과 가공·판매에 부여하는 프리미엄이 박하더라도 동원산업이 주주 소통과 주주가치 제고 활동으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얼마든지 재조정할 수 있다.
그동안 주주총회 외에 이렇다 할 주주 소통 활동이 없었다. 1999년부터 IR 개최 공시는 전무하다. 상장사들이 으레 개최하는 분기 실적설명회도 열지 않았다. 동원그룹 다른 상장사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상장 이후 IR 개최 공시는 동원F&B는 4회, 동원시스템즈는 1회다.
동원그룹이 자진 철회하지 않는 이상 합병은 예정대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오는 8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 통과가 무난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산업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지분 62.72%),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지분 68.72%)이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어진 최후의 보루는 주식매수선택권뿐이다.
합병비율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어렵다. 자본시장법은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 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 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뒀지만 원칙적으로는 기준시가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본시장법,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 비율로 가중산술평해 합병가액을 산정했다.
동원산업은 합병 이후 사업지주사로 새 출발 한다. 엎질러진 물은 되돌릴 수 없더라도 실추된 주주 신뢰를 회복할 길은 열려 있다. 사업지주사 전환을 주주 소통방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로 삼으면 합병비율 논란을 불식시킨 모범 선례가 될 수 있다. 임기응변으로 넘어간다면 오너에게 유리한 합병비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기업 리스트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선택은 김남정 부회장을 비롯한 동원산업 경영진 몫이다.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2019년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남긴 당부를 이정표 삼아도 좋을 듯하다.
"正道(정도)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란 것도 늘 유념하기 바랍니다."(동원 창립 50주년 회장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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