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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성과 리뷰

삼성SDS 처분한 이부진·서현, 같은 수량에도 '700억 차이'

BW 투자로 취득, 상속세 재원 활용…매도 타이밍에 엇갈려

원충희 기자  2025-01-22 14:47:43

편집자주

과거 모 그룹의 후계자는 전환사채 투자로 지배력을 계승해 화두에 올랐다. 이처럼 투자는 여러 목적을 가진다. 사업 협력, 자본 확충, 지배력 확대, 투자수익 등등. 특히 오너와 CEO, CFO 등 주요 경영진의 투자는 기업의 경영 또는 승계 등과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산도 주식 뿐 아니라 가상자산, 메자닌, 부동산 등 다채롭다. 이들의 투자 목적과 재원, 성과와 손익 등을 들여다본다.
삼성 오너가 자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와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삼성SDS 지분을 팔아 상속세 재원에 보탰다. 이는 과거 삼성SDS가 상장 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취득한 주식이다. 당시 전환가액을 감안하면 180억원 정도가 들었다.

25년이 지난 후 이들이 처분한 금액은 3000억~4000억원대 수준이다. 매각차익만 해도 3000억원 단위가 넘는다. 다만 두 사람의 주식이 같은 수량임에도 처분이익은 700억원 정도 차이가 났다. 2023년에 팔았던 이서현 사장보다 1년 뒤에 처분한 이부진 대표가 좀 더 높은 가격에 매각했다.

◇BW·합병·상속 등으로 삼성SDS 지분 3.9% 확보

이부진·서현 자매가 삼성SDS 지분을 갖게 된 시기는 199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은 SDS가 상장하기 전 23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고 이건희 회장 자녀인 이재용·부진·서현 3남매와 일부 측근에게 배정됐다. 주당 신주인수가액은 7150원이다.

200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부진·서현 자매는 BW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삼성SDS 주식을 각각 98만5180주씩 취득했다. 2002년에는 BW의 옵션을 모두 행사하면서 보유주식은 각각 257만260주로 늘었다. 그 후 2010년 삼성SDS는 삼성네트웍스를 흡수 합병한 뒤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합병신주로 바꿔줬다. 합병비율에 따라 이부진·서현 자매의 보유주식 수는 301만8859주(지분 3.9%)로 늘었다.

자매의 주식 수량은 2020년까지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21년 각각 302만1014주로 늘었다. 이건희 선대회장 타계 후 상속으로 2155주씩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소규모라 지분율의 변화는 없었다.


오너가 3남매가 삼성SDS 지분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그룹 내 위치와 사업적 특성이 있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전산 등을 구축·관리해주는 시스템통합(SI) 업체다. 그룹사 일감을 몰아주기가 쉬워 재벌가에서 승계재원 마련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삼성뿐 아니라 LG에서도 구광모 회장이 LG CNS 지분을 선대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고 지금은 SK와 합병된 SI 계열사 SK C&C도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였다. 삼성SDS의 기업가치 역시 본연의 사업보다 지배구조 이슈에 더 영향을 받았다.

◇매도 타이밍 잘 잡은 이부진 대표, 이서현 사장보다 700억 많아

고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이부진·서현 자매는 조 단위 상속세 마련을 위해 2022년부터 삼성SDS 지분을 매각했다. 국민은행 유가증권 처분 신탁계약으로 그 해 3월 각각 150만9430주를 팔았다. 주당가격은 12만7680원, 총액은 각각 1927억원이다.

그러나 두 번째부터는 매도 타이밍이 갈렸다. 이서현 사장은 1년 뒤인 2023년 3월 잔여주식 151만1584주를 주당 11만3300원에 팔았다. 총액 1712억원이다. 이와 달리 이부진 대표는 그보다 더 이후인 2024년 1월에 블록딜에 나섰다. 주당 16만3097원, 총액 2465억원이다. 같은 수량이지만 처분이익은 700억원 더 많았다.

이를 통해 이 대표는 4392억원, 이 사장은 3640억원을 손에 쥐었다. 각종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액수는 이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 자매가 BW을 통해 신주로 인수한 가격(주당 7150원)을 감안하면 취득원가는 각각 184억원, 둘 다 3000억~4000억원 수준의 차익을 얻었다. 이 돈은 상속세 납부에 요긴하게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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