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삼성SDS 품에 안긴 엠로는 역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했으나 뜻밖의 부메랑을 맞았다. 인수효과로 주가가 크게 변동하면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로 인한 파생상품평가손익이 전체 실적을 흔들었다.
올 3분기 전환권 및 신주인수권이 행사됨에 따라 이제 엠로는 자체 실적으로 승부를 보게 됐다. 더불어 파생상품부채가 사라지면서 부채비율 급락 효과도 나타났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엠로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70억원, 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73% 증가했다. 엠로는 국내 1위 인공지능(AI) 공급망관리 소프트웨어 업체로 작년 3월 삼성SDS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후 매출 및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했다.
올 상반기 업그레이드해 출시한 공급망관리 소프트웨어 ‘스마트스위트(SMARTsuite) v10.0’과 클라우드 기반 공급망관리 서비스 ‘엠로클라우드(emroCloud)’의 공급 확대 영향이 컸다. 지난달엔 삼성SDS를 통해 미국 전자 제조사와 글로벌 SRM SaaS 솔루션 ‘케이던시아(Caidentia)’의 첫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도 이뤄냈다. 연내 추가적인 글로벌 고객사 확보도 예상되고 있다. 엠로가 삼성SDS 품에 안긴 뒤 시너지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엠로는 이 가운데 생각지 못한 문제에 맞닥뜨렸다. 지난해 삼성SDS에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파생상품부채 가치가 변동하면서 파생상품평가손익이 큰 규모로 발생한 것이다. 삼성SDS는 엠로 SaaS Platform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투자를 위해 엠로로 하여금 CB와 BW를 발행하게 했고 이를 전액 인수했다. 추후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지분으로 가져갈 계획이었다.
엠로의 파생상품부채는 전환권과 신주인수권 등으로 이뤄졌다.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은 해당 사채를 돈으로 갚지 않고 주식으로 갚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발행사 입장에서 사채 인수자에게 주식을 내어주어야 하는 셈인데 작년의 경우 삼성SDS 인수 직후 엠로 주가가 수직상승하면서 이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의 가치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부채인 파생상품부채도 크게 불어났다. 엠로 주식은 작년 3월 15일 인수 직전 2만3250원(작년 3월 14일)에서 작년 말 기준 6만9000원까지 올랐다. 3배가량으로 뛰었다.
이로 인해 202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파생상품평가손실은 293억원이었다. 작년 별도기준 영업이익 40억원을 크게 넘어서는 금액이었다. 엠로가 당해 순손실 273억원을 낸 이유였다.
올해는 주가가 하락하면서 파생상품평가이익이 발생했다. 올 7월 25일 종가기준 엠로 주가는 5만4200원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평가이익이 120억원 발생했다. 이 역시 3분기 누적 영업이익 규모(62억원)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순이익은 덕분에 또 155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엠로의 파생상품평가손익은 전체 실적을 흔들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었다.
다만 올 7월 25일 삼성SDS가 CB와 BW에 대한 전환권 및 신주인수권을 청구해 엠로 순이익 변동성을 확대시켰던 파생금융상품 평가손익이 사라지게 됐다. 이제 본연의 실적으로 승부를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더불어 파생부채가 사라지면서 부채비율도 제자리를 찾았다. 2022년 말 기준 44%였던 엠로의 부채비율은 삼성SDS 인수 후 228%(2023년 말)까지 급증했고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도 170%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3분기 말 기준으론 27%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