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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그 이후

팬오션, 하림그룹 편입 6년 만에 '배당 결실'

①배당성향 확대해 '캐시카우' 역할 강화, 투자회수 사이클 본격화

홍다원 기자  2025-01-23 07: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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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당시 총 자산이 4조원을 밑돌았던 하림지주가 4조5000억원 규모의 팬오션을 품기로 하면서 승자의 저주를 우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팬오션 그룹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이후 물동량이 늘면서 팬오션 이익창출력이 강화됐다. 2021년 팬오션은 하림그룹 편입 이후 6년 만에 배당으로 결실을 맺었다. 덩달아 하림지주의 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됐고 팬오션이 안겨주는 배당수익이 늘어났다.

팬오션은 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림지주가 팬오션으로부터 얻은 배당수익이 총 인수대금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지만 투자금 회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물류 대란이 이끈 팬오션 '이익창출력'

하림그룹은 2015년 6월 1조80억원을 투입해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했다. 인수 이후 팬오션이 곧바로 그룹의 알짜 계열사가 된 것은 아니다. 경영 정상화 과정이 필요한 데다 해운업 특성상 운임 변동에 따른 수익성 편차가 컸기 때문이다.

팬오션이 본격적으로 그룹의 캐시카우로 거듭나게 된 것은 2021년부터다. 팬오션은 하림그룹에 인수된 이후 6년 만에 267억원의 결산배당을 실시했다. 10년 만에 팬오션 배당이 재개된 데다 하림그룹으로 피인수 이후 첫 번째 배당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그간 팬오션은 순손실을 이어가며 회생절차를 밟고 있었던 만큼 배당보다는 실적 개선에 집중해 왔다. 그룹 차원에서도 당장의 배당 수익을 얻는 것보다는 팬오션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배당을 재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물류 대란으로 벌크선운임지수(BDI)가 급등했고 팬오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2020년 907억원에 그쳤던 팬오션 순이익은 2021년 5493억원, 2022년 6771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팬오션 배당금은 2022년 535억원에서 2023년엔 802억원까지 확대됐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도 454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순이익의 10~20%를 꾸준히 배당하겠다는 배당 정책에 따라 이뤄졌다.

◇하림지주 현금흐름의 중심 '팬오션'

하림지주도 팬오션으로부터 배당수익을 거두기 시작했다. 1조원이라는 인수대금을 투입한 이후 배당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처음으로 이뤄진 셈이다. 하림지주가 보유한 팬오션 지분율은 54.7%에 따라 자연스럽게 총 배당수익은 249억원, 458억원, 838억원으로 증가했다.

배당수익이 순수지주사인 하림지주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만큼 팬오션이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실제 팬오션으로부터 얻는 배당수익이 하림지주 전체 배당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곧 하림지주의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이어졌다. 인수 전인 2014년 하림지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663억원에 그쳤지만 인수 이듬해에는 4982억원으로 87% 증가했다. 이후로도 팬오션의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비례해 하림지주가 벌어들이는 현금이 늘어나고 있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봐도 팬오션의 기여도가 돋보인다. 2024년 3분기 연결 기준 하림지주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57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팬오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5431억원에 달한다. 팬오션이 그룹 현금창출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배당성향 확대 기조, 투자금 회수 '시동'

2023년 기준 하림지주가 팬오션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 총액은 878억원이다. 하림지주가 팬오션을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인수대금인 1조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점차 배당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해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팬오션은 배당성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당초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별도 순이익의 10~20%를 배당했지만 2024년부터 2026년까지는 별도 순이익의 15~25%를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배당 가능한 한도 내에서 투자 재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현금 배당을 실시할 방침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었던 만큼 배당할 수 없었던 기간이 있었다"며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 과정을 거쳤고 주주환원을 고려해 배당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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