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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 지표 분석

HD현대오일뱅크, 반가운 정제마진 회복 신호

①석유 수요 완만한 증가·정제설비 공급은 조정, 정유부문 이익 회복 여건 조성

김형락 기자  2025-01-03 07:48:40

편집자주

연초 사업 계획과 재무 전략을 좌우하는 건 업황 전망이다. 각종 선행 지표들은 전체 업황과 함께 개별 기업 한 해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이다. THE CFO는 기업집단 주력 계열사와 전체 그룹이 마주한 경영 여건과 재무 영향을 살펴본다.
업황 기상도를 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재무 안정성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정제마진 회복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수익성은 정제마진따라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를 지난해(1억281만b/d)보다 110만b/d 증가한 1억390만b/d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경기 부양책 영향을 반영해 올해 수요를 전월 전망치 대비 8만b/d 올렸지만 증가세는 완만하다. 석유화학 원료 투입 수요는 늘었으나 친환경차 전환과 연비 개선으로 수송 연료 수요는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석유 제품 공급 부담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수급 여건 개선과 함께 정제마진 개선에도 청신호가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제마진 약세로 인해 설비 경쟁력이 열위한 정제 설비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 능력 조정이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정제 설비 순증설이 55만b/d로 수요 증분을 밑돌 것으로 봤다.


정제마진 회복은 HD현대오일뱅크에 반가운 소식이다. 정제마진은 HD현대오일뱅크 수익성을 결정하는 주 요인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연결 기준(이하 동일) 매출 대부분이 정유 부문에서 발생한다. 정유 부문이 현금 창출력도 절반 이상 책임진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정유 부문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연결 실체 현금 창출력이 떨어졌다. 그해 3분기 연결 실체 EBITDA는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8070억원이다. 같은 기간 정유 부문 EBTIDA는 46% 감소한 4696억원이다.

정유 부문 수익성은 정제마진을 따라 오르내린다. 지난해 석유 수요 둔화에도 즉각적인 공급 능력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급 부담 커져 정제마진이 약세였다. 그해 1분기 평균 배럴당 7.3달러였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3분기 손익 분기점인 배럴당 3~4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11월에는 겨울철 수요에 힘 입어 배럴당 6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올해 윤활 부문도 연결 실체 실적을 뒷받침할 시황을 예상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 상반기 윤활기유 시황을 강보합세로 전망했다. 역내 윤활기유사 정기 보수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지난해 3분기 윤활 부문 EBITDA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433억원이다.

석유화학 부문 수익성 개선 시점은 불확실하다. 2022년부터 부진한 올레핀 기초유분, 폴리머 시황이 단기간 내에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석유화학 산업 업황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3분기 HD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 부문 EBITDA는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1814억원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세운 HD현대케미칼을 종속기업(지분 60%)으로 두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은 2019~2022년 3조4000억원을 들여 HPC(중질유분해설비)를 지었다. 연간 폴리에틸렌(PE) 85만톤, 폴리프로필렌(PP) 50만톤 생산능력을 갖췄다. PE와 PP는 대표적인 폴리머 제품이다. 폴리머는 기초유분을 원료로 생산되는 고체 상태 제품이다. 주로 플라스틱 가공에 사용되는 원료다.

현재 대규모 투자계획은 없다. 올해 정제마진 회복이 나타나 정유 부문 이익 창출력을 개선하면 재무 안정성은 기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HD현대오일뱅크 순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2% 감소한 7조3551억원이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 의존도는 38.15%에서 38.1%로 큰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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