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저축은행은 '영업통' 대표들이 계보를 이으면서 상위권 저축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조병제 전 대표부터 오화경 전 대표, 정민식 대표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나은행에서 영업을 이끌어 온 인물들이다.
양동원 하나저축은행 대표 후보자도 영업 현장에서 쌓은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차세대 리더로 발탁됐다. 건전성 제고와 함께 실적 턴어라운드라는 막중한 임무를 지게 돼 양 후보자의 어깨가 무겁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 후 가계대출에 드라이브 하나저축은행의 역대 대표들은 은행 지점장을 비롯해 지역영업본부장, 영업지원그룹장 등 영업 관련 직책 위주로 맡아 왔다. 일선 영업현장에서 거둔 성과를 인정받아 은행 본부장 이상을 거쳐 하나저축은행 대표로 선임됐다. 이는 비은행 계열사는 '영업'에 중점을 두는 그룹의 경영전략에 따른 인사 기조로 볼 수 있다.
하나저축은행의 성장 기틀을 마련한 건 오화경 전 하나저축은행 대표 겸 현 저축은행중앙회장이다. 오 회장은 그룹과 무관한 첫 외부 출신 대표로 아주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에서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아주저축은행에서는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기업금융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산건전성에서는 44.54% 수준이었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을 7.24%로 낮추며 리스크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나금융도 오화경 회장의 경영능력에 주목하며 하나저축은행 대표로 영입했다. 오 회장은 부임 이후 영업본부 내 리테일금융본부를 신설하고 가계대출을 강화하며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중에서는 가장 빠른 외형 성장세를 보이며 1.7%였던 시장점유율을 2.1%까지 끌어 올렸다.
리테일 성장의 핵심축이 됐던 것은 차세대 시스템이다. 오화경 회장은 디지털금융본부를 신설한 후 200억원을 투자하며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했다. 타사 대비 디지털에 대한 투자가 늦었으나 한 해에 대출자산을 약 6000억원 늘리며 견고한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 오 회장은 양호한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하나저축은행 대표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으며 역대 가장 긴 4년의 임기를 채웠다.
◇실적 반등의 '열쇠'는 가계대출 정민식 대표는 하나저축은행의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선임됐다. 그러나 2022년 말부터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하면서 '영업통'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하나저축은행의 경우 기업금융 비중이 높았던 만큼 강도 높은 리스크관리가 요구됐다. 정 대표는 부임 이후 건전성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손실흡수 여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해 왔다.
내년에 부임하는 양동원 후보자
(사진)의 당면 과제도 건전성 회복을 통한 실적 턴어라운드다. 그룹에서는 건전성 개선에 중점을 두고 영업 현장을 이끌어 나갈 인물로 양동원 후보자를 발탁했다. 저축은행의 영업 현장을 이해하면서 리스크관리 역량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나저축은행은 양동원 후보자 체제에서도 정책성 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성 대출은 수익성이 낮지만 90% 이상 보증을 제공하고 위험가중치가 20%로 낮아 BIS비율 제고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9월말 기준 보증대출 자산은 6218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27.5% 증가했다. 다만 개인신용대출 차주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고 있어 우량 차주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