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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주가부양 노력, '자사주·IR' 활용법

시총 상위 50개사 중 최대 규모로 자사주 소각, 글로벌 IR 직접 챙긴 오너

김진호 기자  2024-12-13 07:06:44
셀트리온은 작년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2의 도약을 강조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어필했다. 올해가 합병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첫해다.

합병 후 서정진 회장 장남 서진석 대표가 통합 셀트리온의 초대 대표이사로 오른 만큼 올해는 2세 경영능력을 확인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주주들의 판단기준은 결국 기업가치. 약속한 성과를 얼마나 잘 이행하고 이를 주가에 반영하도록 하느냐에 달렸다.

올해 역대급 자사주 소각, 공격적인 배당정책 확립, 적극적인 해외 IR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서 회장이 직접 홍콩 IR을 돌며 신약 개발 가시화와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사업의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통합 셀트리온의 비전을 강조했다. 주가를 안정화하고 안정적인 기관투자가를 유치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4년간 자사주 소각 총 4번 뿐, 올해에만 세 번 몰려

셀트리온의 주주친화 정책의 첫번째 카드는 자사주다. 오랜기간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주친화정책에 나섰다. 세부적으로 2011년 353억원(100만주), 2012년 185억원(50만주), 2013년 750억원(150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매입 규모는 점차 커져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규모다 더 불어났다. 지난 한 해 셀트리온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총 1조25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4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매입한 자사주는 재매각 또는 우군세력과 지분교환, 인수합병의 대가 등으로 시장에 풀릴 수 있기 때문에 소각까지 완료해야만 주주환원의 의미를 달성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행보와 달리 소각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지난해까지 셀트리온이 자사주를 소각한 사례는 2008년 우회상장을 위해 오알캠을 합병하며 취득한 자사주 전량을 2010년 소각한 것이 유일하다.

그랬던 셀트리온이 올해 3차례나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14년 만인 올해 1월 발행주식 총수의 1.05%에 해당하는 230만9813주를 소각했다. 그 규모는 약 4955억원에 달했다.

3개월 뒤 2000억원 규모로 111만9924주를 추가로 소각했다. 이어 이달 4일에도 매입해 둔 자사주의 25% 수준인 301만1910주를 소각키로 결정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5629억원 규모다.


올해 자사주 소각이 이례적으로 많았던 건 그만큼 오래 주가 부양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의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서정진 회장은 적극적으로 주주 설득에 나섰고 합병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냈다.

합병 직후인 1월 자사주 소각은 지난해 10월 의결된 건으로 합병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이후 합병 효과로 최고 24만원까지 갔던 주가가 17만원선으로 하락하자 2번째 소각 발표를 했다.

합병 후 17만원 초반대로 내려앉은 주가의 추가하락을 맞고 저평가된 주식의 가치제고를 도모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주가는 다시 우상향을 그리기 시작해 4월 마지막 날 18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4일에도 내년 1월 실시할 자사주 소각 발표로 정치적 혼란 상황에 방어막을 쳤다. '123 비상계엄령' 여파로 코스피 지수는 3일 2500.1에서 최대 5.6% 하락했다. 아직 비상계엄령 이전 수치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셀트리온 역시 혼돈 속 주가가 하락했지만 12일 18만4900원선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주와 동반 성장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R 전면에 등판한 서정진 회장 "배당 확대·성장 박차"

배당 확대와 글로벌 IR을 활용한 주가부양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그룹 총수인 서 회장이 장남 서 대표와 함께 IR에 나서고 있다는데 주목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중요한 순간마다 전면에 나서 주주들을 달래고 미래비전을 제시해왔다. 서 회장은 곧 셀트리온으로 인식되는 만큼 그가 무대에 앞장선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서 회장이 작년 말부터 올해 주력했던 곳은 미국 본토다. 신약 '짐펜트라' 성공적인 론칭을 위해 직접 미국 방방곳곳을 다니며 의사들을 만났다. 그의 연말 행선지는 IR 무대였다. 11월 서 대표가 싱가포르, 서 회장이 홍콩을 맡아 직접 IR을 챙겼다.

주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대규모 투자로 오랜 기간 든든한 우군을 둔 바 있다. 테마섹이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엑시트를 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홍콩 IR에서 서 회장은 현금배당 증대 전략을 재확인하고 매출 전망과 CRDMO 등 비교적 세세한 미래 비전을 쏟아냈다. 보통 비공개로 진행되는 해외 IR을 국내 생중계함으로써 국내 주주들에게도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과감한 배당은 셀트리온의 매출 성장 자신감과 연결된다. 셀트리온은 2023년 말 보통주 1주당 500원씩 1037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그해 이익 대비 21% 수준이었다. 중장기적으로 현금배당 비중을 이익의 30%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서 회장이 꾸준하게 언급해 온 내용이었다.

현금배당 비중을 높이기 위해선 매출과 이익의 동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계획했던 3조5000억원의 매출은 문제없이 달성하리란 전망이다. 전년 대비 50% 성장한 수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연결 기준 셀트리온의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는 각각 약 3조7679억원과 8549억원이다.

서 회장이 언급한 내년 매출 목표치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조원이다. 그에 따르면 올해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렘시마'가 내년에도 이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 등지에서 판매되는 '렘시마 피하주사(SC)'의 내년 매출 7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약물은 미국에선 '짐펜트라'라는 이름의 신약으로 승인됐고, 내년 매출 전망은 7000억원 이상이다.

이에 더해 CRDMO 사업을 통한 성장 로드맵도 내놓았다. 셀트리온의 100% 자회사를 설립하고 내년에는 국내에서 10만ℓ 규모의 CRDMO 공장 착공에 나선다. 이후 최대 20만 규모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2028년부터 CRDMO 공장을 가동해 추가 매출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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