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롱리스트를 꾸리며 CEO 인선 작업이 본격화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임명된 CEO 다수가 연임 기로에서 자추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임 회장은 계열사 CEO 인선으로 안정을 도모하거나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 임종룡 체제 2년을 함께한 사장단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인선 기준이 될 우리금융 계열사별 성과를 짚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 외부 영입 CEO인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와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그룹 비은행 포트폴리오 재편에 기여했다. 각각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 통합으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합병한 우리자산운용을 맡아 PMI(인수 후 합병) 작업을 주도했다.
임기 2년차인 내년에는 각 계열사별 핵심 과제를 수행해 성과를 내야 한다. 이들은 실적 뿐만 아니라 비대면 역량을 강화하고 계열사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년 임기 3년 중 마지막 사업연도를 보내는 임 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으려면 외부 영입 CEO들의 가시화된 성과가 필요하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구조 재편 한 축
남 대표와 최 대표는 임 회장 취임 후 구성된 계열사 사장단 내에서 외부 영입 CEO로 분류된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도 외부 출신이지만 옛 다올인베스트먼스 인수를 통해 합류한 인물로 임 회장이 영입했다고 보기 어렵다. 성대규 지주 인수추진단장이 동양생명 인수 후 대표에 취임하는 수순이었으나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남 대표 영입은 임 회장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임 회장이 런던 재경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옛 대우증권 런던법인장으로 재직하던 남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최근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낙점된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장도 런던지점 주재원 시절 임 회장과 교류했다. 임 회장의 모교인 연세대학교 동문 만큼이나 런던 주재원 네트워크도 우리금융 내 핵심 그룹으로 부상했다.
올해 2월 우리자산운용 대표 인선을 통해 남 대표에 대한 임 회장의 신뢰를 가늠할 수 있다. 당초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남 대표는 우리투자증권의 모태가 되는 옛 우리종금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자산운용 후임에는 최 대표가 취임했다. 최 대표는 남 대표의 대우증권, 멀티에셋자산운용 후배로 돈독한 신뢰를 자랑하는 사이다. 그룹 내에서는 임 회장이 남 대표에게 자본시장 관련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허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 대표는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 통합과 후임 인선까지 마무리하고 우리종금으로 이동해 포스증권과의 통합 작업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다. 합병이 결정될 당시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인력은 각각 280명, 103명이었다. 포스증권이 우리금융 조직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우리종금은 증권업계에 걸맞은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남 대표는 옛 대우증권 출신 임원들을 대거 영입해 새 진용을 구축했다.
우리자산운용도 최 대표 주도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최 대표와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함께한 전근수 대체투자3본부 총괄, 김태곤 글로벌대체투자본부 총괄이 합류하면서 조직을 새로 세팅했다. 종합자산운용사로 전반적인 유형의 펀드를 취급하되 대체투자에 강점을 가진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성과 바탕 임종룡 회장 리더십 뒷받침해야
PMI로 분주한 한해를 보내 실적 측면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긴 어려웠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90억원으로 전년 동기 180억원에 비해 절반 가량 감소했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해 3분기 누적 49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95억원으로 늘었으나 2조원을 웃도는 그룹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두 계열사는 내년에도 순이익을 늘리기보다 주어진 핵심 과제를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투자증권은 CMA 및 비대면 고객수와 예수금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29만4900명이었던 CMA 및 비대면 고객수는 지난 3월 37만7800명으로 8만2900명으로 2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예수금은 3조9060억원에서 5조270억원으로 28.7% 늘었다. 우리자산운용은 그룹 판매 채널과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2년의 임기를 부여받은 남 대표와 최 대표는 내년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야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본인들은 물론 임 회장의 리더십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우리금융이 임기 중 명확한 성과를 낸 외부 전문가 CEO의 장기 재직을 허용한 전례가 있는 만큼 남 대표와 최 대표도 내년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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