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의 용퇴 선언으로 일찌감치 CEO 교체가 결정됐다. 우리금융 이사회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그가 포함되지 않은 롱리스트를 꾸렸다. 조 행장이 남긴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재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 행장은 올해 시중은행 순이익 1위 목표를 제시했지만 4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대출 잔액 1위에 오르며 '기업금융 명가 재건' 희망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이익도 우리은행만 놓고 봤을 때 연간 역대 최대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비율 개선은 차기 행장의 몫으로 남았다.
◇온정주의 탈피…성과주의 조직문화 도입 결실 조 행장은 올해 시중은행 순이익 1위 달성을 경영 목표로 삼았다. 연초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순이익 1위 목표가 변하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중 최하위에 그쳤고, 올 상반기에도 4위였지만 영업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높은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도 4위에 그치면서 연간 기준으로도 최하위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조 행장의 기업금융 영업력 강화 프로젝트는 결실을 맺었다는 평이다. 조 행장 재임 기간 기업대출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분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 191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이어 KB국민은행(186조원), 신한은행(179조원), 하나은행(172조원) 순으로 잔액 규모가 크다. 우리은행은 지난 2분기 KB국민은행 잔액을 넘어서며 골든크로스를 이뤄냈다.
증가액 측면에서도 우리은행이 가장 컸다. 조 행장 취임 직전인 2023년 2분기 161조원보다 30조원(18.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4조원(15.5%), KB국민은행은 19조원(11.4%), 하나은행은 16조원(10.3%) 증가했다. 시중은행 간 기업금융 영업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이같은 성과를 낸 배경에는 성과주의 조직 문화가 자리한다. 조 행장은 일선 영업을 이끄는 본부장, 지점장 인사를 통해 책임과 보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업 성과가 부진한 본부장과 지점장을 후선 배치하고 성과를 낸 인사들에겐 근무지 선택권을 줘 동기를 부여했다. 온정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역동성을 갖춘 조직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차기 행장, 자본비율 정체 극복해야 기업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와중에 대외 금융환경은 급변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 미국 대선, 환율 및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의 이슈로 자본적정성 관리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조 행장 주도로 영업에 힘을 싣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환경에 놓인 것이다. 기업금융 영업 전략도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그간 기업대출 영업에 힘을 실으면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 자본비율은 정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3.6%였던 우리은행 CET1비율은 4분기 13.2%, 올해 1분기 13.2%, 2분기 13.3%, 3분기 13.3%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4분기 12%를 기록한 이후 줄곧 12%에 머무르고 있다.
자본비율을 개선하는 건 차기 행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대출 성장을 제한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 수익성을 높을 높여야 한다. 성장성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자본비율을 개선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게 관건이다. 이를 고려해 자추위는 영업에 특화됐던 조 행장과 달리 전략 또는 관리에 특화된 차기 후보 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