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요 요인으로는 할인율 인하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보험부채 산출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도록 할인율 산출 기준 현실화를 진행 중이다. 통상적으로 할인율이 떨어지면 보험부채 평가액이 커지고 자본은 줄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다. 금융당국의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들여다보고 이에 따른 회사별 지급여력 변동 영향 등을 점검해 본다.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은 상반기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조치와 금리 하락 등으로 인한 가용자본 감소 위기를 극복했다. 이익잉여금과 보험계약마진(CSM) 등 자체 영업 성과에 후순위채를 통한 자본확충을 더해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용자본을 더욱 늘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늘어난 가용자본의 규모가 요구자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보험위험과 시장위험, 운영위험 등 3가지 리스크의 증대로 인해 요구자본이 증가하며 지급여력비율도 상당한 폭으로 하락했다.
◇가용자본 증가 원동력 후순위채·이익·CSM
롯데손보는 2024년 상반기 말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이 139.1%로 집계됐다. 2023년 말 대비 35.7%p(포인트) 하락하면서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 아래로 떨어졌다. 낙폭이 같은 기간 손보업계 평균치인 6.3%를 크게 상회했다. 다만 경과조치를 통해 상반기 말 킥스비율을 173.1%로 관리했다.
이 기간 롯데손보의 경과조치 전 기준 지급여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킥스비율의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2조9296억원에 2조9405억원으로 소폭 늘어난 반면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은 1조6757억원에서 2조1145억원으로 4388억원(26.2%) 증가했다.
보험부채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부채의 평가액이 증가하고 이는 기타포괄손익의 구성요소 중 보험계약자산(부채) 순금융손익에 마이너스(-)로 축적된다. 기타포괄손익의 변동은 가용자본의 구성요소 중 순자산상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영향을 미친다.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조치는 가용자본을 줄이고 이를 통해 킥스비율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말이다.
롯데손보의 경우 상반기 보험계약자산(부채) 순금융손익이 -2608억원 발생했다. 여기에 금리 하락 등으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채무증권의 평가손익도 -814억원 발생하는 등 요인들이 더해져 순자산상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작년 말 1412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2235억원으로 3647억원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손보가 가용자본을 불릴 수 있었던 이유로는 우선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이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 2월 800억원, 6월 1400억원 등 총 2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가용자본을 보강했다.
자체적인 영업성과도 뒤따랐다. 상반기 누적 663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순자산상 이익잉여금을 3804억원에서 4461억원으로 늘렸다. 같은 기간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을 632억원 늘린 데 힘입어 순자산상 조정준비금도 1조2245억원에서 1조3018억원으로 증가했다.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로 보험·시장위험 커져
결국 롯데손보의 상반기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 원인은 가용자본의 소폭 증가만으로 4388억원에 이르는 요구자본 증가의 부담을 흡수하지 못한 데 있다.
롯데손보의 요구자본 변화를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5대 위험액(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 일반손해보험위험액, 시장위험액, 신용위험액, 운영위험액) 가운데 특히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 시장위험액, 운영위헝액 등 3가지 위험액의 증가가 요구자본 부담 확대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운영위험액은 1087억원에서 2206억원으로 1119억원 늘었는데 이는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조치 때문이 아니라 올해부터 운영위험의 하위 위험으로 사업비예실차의 리스크를 측정하는 기초가정위험액이 신설된 탓이다.
반면 나머지 2개 위험액은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와 관련이 있다. 먼저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은 1조3820억원에서 1조6330억원으로 2510억원 불어났다. 보험부채 평가액이 늘어난 탓에 위험 측정대상 부채의 규모(대재해위험 이외)도 2조3663억원에서 2조6088억원으로 증가했다.
시장위험액의 경우 8627억원에서 9533억원으로 906억원 늘어났다. 이는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와 금리 하락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총 부채 규모가 커진 탓에 자산-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 갭이 확대된 영향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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