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업계에 밀어닥친 회계기준 변경의 충격은 보험사들이 안고 있는 자본관리 과제에 무게를 더했다. 약점 보강을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효과가 장기적인 자본관리의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경영전략의 수립이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현황과 효과, 향후 전략을 들여다본다.
롯데손해보험은 외국계를 제외한 한국계 중소형 보험사들 가운데 자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축에 속한다. 분기별로 부침이 있기는 해도 연말 기준으로는 최근 몇 년 동안 당국 권고 기준인 150% 이상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다만 자본 규모가 대형사들만큼 크지 않은 만큼 단기적인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받고 있다. 때문에 롯데손보는 자본성 증권을 수시로 활용해 가용자본을 확충하는 한편 지속적인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지급여력상 요구자본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등 자본적정성을 세심하게 관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비정기적 자본확충 속 커지는 후순위채 의존도
롯데손보는 앞서 6월 14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기존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의 차환을 위한 것이 아닌 순수한 자본 확충이다. 지난 2월에도 800억원의 후순위채를 통해 가용자본을 더한 바 있으며 이 또한 순수 자본확충이다. 올 상반기 늘린 자본 규모는 총 2200억원이다.
롯데손보의 자본성 증권 발행 이력을 살펴보면 기존 자본성 증권의 만기 또는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의 도래와 신규 자본성 증권의 발행 시기 및 금액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연간 발행횟수 역시 불규칙적이다. 상환 시점에 맞춰 차환을 위한 조달을 실시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자본을 수시로 확충하는 '마이크로 매니징'이다.
6월 발행한 1400억원의 후순위채가 좋은 사례다. 롯데손보는 올 1분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이 경과조치 전 기준 146.42%를 기록해 금융감독원 권고 기준인 150%를 하회했다. 그러나 후순위채 효과를 더하면 153.51%로 높아진다. 여기에 경과조치 효과를 더하면 192.92%가 된다.
다만 상환과 추가 자본확충을 반복하는 가운데 롯데손보의 자본성 증권 미상환 잔액은 2019년 말 4400억원에서 올 2분기 말 7260억원까지 불어났다. 연간 조달금액으로 따져도 2021년의 460억원을 제외하면 매년 불어나고 있으며 올해는 상반기만에 22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총액인 1500억원을 넘어섰다.
후순위채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가용자본에서 손실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손실흡수성이 낮은 보완자본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올 1분기 롯데손보의 가용자본은 2조8868억원이며 이 중 보완자본이 2조5142억원으로 87.1%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에는 가용자본 2조5846억원에 보완자본이 1조7813억원, 비중은 68.9%였다.
◇자체 자본관리 양대 축 CSM 증대·자산 리밸런싱
외부 조달자본은 확대되고 있기는 하나 롯데손보의 대응능력 역시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롯데손보는 올 1분기 말 기준 순자산이 2조51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49억원(12.8%)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용자본 증가에 기여했다.
이 기간 순자산의 구성요소 중 조정준비금이 6621억원에서 1조2637억원으로 6016억원 불어나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CSM(보험계약마진)이 1조7935억원에서 2조4306억원으로 6371억원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손보는 2019년 말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매각된 이후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험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수입보험료 기준으로는 2019년 말 1조6875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1706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9.1%에서 87.7%까지 높아졌다.
지급여력제도상 위험계수가 높은 수익증권의 비중을 낮추고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요구자본상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롯데손보는 2020년 말 기준으로 총자산 대비 수익증권과 채권의 비중이 각각 55.7%, 22.7%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비중이 수익증권 36.6%, 채권 42.1%로 역전됐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수익증권의 규모를 1조원가량 감축하는 등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다방면으로 힘써왔다"며 "앞으로도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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