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요 요인으로는 할인율 인하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보험부채 산출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도록 할인율 산출 기준 현실화를 진행 중이다. 통상적으로 할인율이 떨어지면 보험부채 평가액이 커지고 자본은 줄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다. 금융당국의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들여다보고 이에 따른 회사별 지급여력 변동 영향 등을 점검해 본다.
AIA생명은 업계 상위권의 자본적정성을 지닌 생명보험사다. 그런 AIA생명도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조치와 금리 하락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 하락 압력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다만 AIA생명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성과에 힘입어 가용자본 감소 폭을 줄인데다 보험위험액의 감소를 통해 요구자본 부담의 증대 효과도 삭감했다. 보장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덕분에 킥스비율 하락을 일정 부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CSM 증가율 생보업계 3위…조정준비금 증가 효과로
AIA생명은 2024년 상반기 말 기준 킥스비율이 경과조치 없이 268.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업계 평균인 191.7%를 76.7%p(포인트) 웃돌며 22개 생보사 중 5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말의 304.2%와 비교하면 35.8%p 낮아진 수치이기도 하다.
이 기간 AIA생명의 자본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킥스비율의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3조7074억원에서 3조5609억원으로 4%(1465억원) 줄어든 반면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이 1조2186억원에서 1조3269억원으로 8.9%(1083억원) 늘었다.
AIA생명의 가용자본 구성요소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요소는 순자산의 하위 항목 중 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작년 말 3882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152억원까지 3730억원 감소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조치가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분석된다. 보험부채 평가액이 증가하면서 보험계약자산 및 부채의 순금융손익이 -2691억원으로 집계됐다. 금리 하락에 따른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의 평가손익도 -910억원을 기록해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에 일조했다.
다만 AIA생명은 순자산 중 조정준비금이 6002억원에서 7666억원으로 1664억원 증가해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분 중 일부를 만회했다. 조정준비금은 건전성감독기준 재무제표와 보험감독회계기준 재무제표 사이 순자산의 차이를 기록하는 항목으로 보험계약마진(CSM) 등 보험부채 시가평가차액이 주요 구성요소다.
생명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AIA생명은 2024년 상반기 말 CSM 잔액이 1조698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 15%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비율 기준으로 58.4%가 증가한 KDB생명, 43%가 증가한 하나생명에 이은 생보업계 3위에 해당한다. CSM 잔액이 1조원을 웃돌 정도로 규모를 갖춘 12개 생보사만을 대상으로 하면 AIA생명의 증가 폭이 가장 크다.
◇보장성 집중도 높은 보험 포트폴리오…보험위험액 감소 효과
보험업계 관계자는 "AIA생명은 이전부터 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에 집중하는 영업전략을 구사하면서 IFRS17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보험부채 시가평가 전환에 대비해 왔다"며 "이러한 선제적 준비가 업계 차원의 자본관리 충격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효과로 나타난 셈"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말 누적 기준으로 AIA생명의 수입보험료 1조3043억원 가운데 8281억원이 보장성보험에서 나왔다. 비중으로 환산하면 63.5%로 업계 평균인 48.6%를 14.9%p 상회했다. 63.5%의 비중은 22개 생보사 중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는 요구자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위험 측정대상 부채의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보험위험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AIA생명의 경우 작년 말 대비 올 상반기 요구자본이 1083억원 증가하기는 했으나 보험위험액(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의 규모는 같은 기간 1조3055억원에서 1조2819억원으로 오히려 239억원 줄었다.
이 기간 AIA생명은 보험위험액 측정대상 부채가 작년 말 11조8033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12조3636억원으로 증가했다.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기는 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위험액이 줄어든 것 역시 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른 효과로 파악된다.
보험위험액의 하위 항목 중 계약해지에 따른 보험금 환급 리스크를 측정하는 해지위험액은 지난해까지 해지율 가정이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의 구분 없이 30%로 동일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계약 해지 시 환급률이 높은 저축성보험의 해지 위험이 보장성보험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판단 하에 올해부터 해지율 가정을 보장성보험 25%, 저축성보험 35%로 차등 적용하도록 했다.
이 조치로 인해 AIA생명은 해지위험액이 작년 말 7915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7436억원으로 479억원 줄었다. 포트폴리오의 보장성보험 비중이 저축성보험보다 높은 만큼 해지율 가정 변경에 따른 위험도 완화 효과를 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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