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그룹이 중국 사업 개편에 나섰다. 작년 700억에 가까운 매출을 낸 홍콩법인을 중국 CR제약그룹에 매각하고 GC녹십자·GC녹십자웰빙의 주요 제품의 중국 내 판매를 책임지는 별도의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미국 FDA 품목허가를 따낸 알리글로 연착륙을 위한 마중물 확보가 목적이다.
◇'중국 사업 개편' 시작 홍콩법인 지분 전량 2681억 매각 녹십자그룹 지주회사 녹십자홀딩스(이하 GC)는 17일 종속법인 GC홍콩유한회사(Green Cross HK Holdings Limited) 지분 일체를 중국 화륜제약그룹(China Resources Pharmaceutical Group Limited, 화륜제약그룹)의 자회사 CR보야바이오(China Resource Boya Bio-pharmaceutical)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화륜제약그룹은 중국 국영 기업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은 약 334억홍콩달러(약 5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3년 약 2447억위안(약 4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GC홍콩법인은 GC가 2023년말 기준 84.47%, 올해 상반기 말 기준 77.35%를 보유 중인 주요 종속법인이다. 해당 지분과 함께 홍콩법인의 완전자회사인 녹십자생물제품유한공사(GC China)를 포함한 6개 회사도 모두 CR보야바이오에 넘긴다. 이번 거래 규모는 총 2681억원이다.
설립 이후 녹십자그룹의 중국 핵심 전초기지 역할을 맡아 왔다. 진출 초기인 2010년 GC는 홍콩법인 보유지분 82.7%의 장부가격을 127억원으로 책정했다. 약 10년 사이 GC 보유지분은 줄었지만 장부가는 오히려 3배 넘게 뛰었다.
2022년엔 24억원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지만 작년 곧바로 턴어라운드했다. 작년을 기점으로 자산규모도 15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그룹 내 주요 종속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현지는 화륜에 일임, 미국 알리그로 연착륙 '전사적 전투태세' GC가 비록 홍콩법인을 매각했지만 중국 사업에 대한 끈을 놓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날 화륜제약과 또 다른 주력 자회사인 GC녹십자·GC녹십자웰빙의 제품을 중국 현지에 공급하는 별도 유통계약(Distribution Agreement, DA)을 체결한 결과다. 기존 홍콩법인을 중심으로 한 직판 전략에서 선회해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셈이다.
지분 매각 그리고 유통 파트너십 계약 등 일련의 거래는 GC그룹의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계약을 통해 GC는 주식매매대금과 DA 계약금을 합치면 단번에 358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GC는 이번 중국 사업 개편에 앞둬 중대한 변곡점에 섰다. 올해 하반기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을 위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 지출을 비롯한 역량 집중을 앞뒀다. 그룹 차원에서 신규 시장 확장과 연착륙을 위한 총력전을 펼 태세다.
이번 지분매각과 유통계약을 통해 유동성에서 여유를 찾게 된 곳은 지주사인 GC다. 알리글로 마케팅을 총괄하는 건 핵심 사업회사인 GC녹십자다. 혈액제제 미국 연착륙을 두고 지주사가 직접 움직여 중국 사업 개편에 나서고 유동성을 확충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미국 시장에 알리글로가 입성한 데 대한 그룹 내 상징성과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상황에 따라 지주사도 언제든 주력회사의 마케팅과 사업 역량을 지원할 실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내부적으로 올해를 알리글로 연착륙 원년으로 잡았다. 5년 뒤 약 3억달러(약 4000억원) 매출을 목표하고 매년 50% 이상 성장을 겨냥했다.
GC관계자는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그 동안 지속돼 온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그룹 차원에서 재무적인 내실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시장과 함께 중국 시장에서도 글로벌 도약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