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의 진단시약 계열사 녹십자엠에스가 코로나 엔데믹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국 동물진단 공급계약이 파기된 데다 혈당측정기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의 실적까지 축소했다.
실적 악화 부담이 커지자 녹십자엠에스는 임원의 급여를 절반가량 줄이는 등 비용 감축에 나섰다.
◇중국 시장 진출 580억원 수출계약…실제 수주액은 2억원 그쳐 중국 샤인원(SHINEWIN)은 16일 녹십자엠에스에 동물진단 세라펫 멀티(CERA PET MULTI) 공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해당 계약은 2019년 11월 체결한 것으로 당시 녹십자엠에스가 세라펫 완제품을 공급하고 샤인윈이 현지 제품 등록과 판매를 맡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5년, 금액은 2984만 달러로 약 350억원이었다. 이 금액은 당시 녹십자엠에스 매출의 39.97%에 달하는 규모였다.
중국 사업에 난항을 겪은 건 세라펫만이 아니다. 2019년 6월 중국 호론(Horron)사와 체결한 콜레스테롤 측정시스템 ‘그린케어 리피드’ 수출 계약도 사실상 휴업상태다. 총 계약금액은 115억원이었지만 4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말까지 실제 수주한 금액은 전무하다. 계약기간은 2027년 6월11일까지이지만 사업 재개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그린케어 리피드는 녹십자엠에스가 개발한 콜레스테롤 측정기다. 혈액 샘플 채취 후 2분30초 내 총 콜레스테롤(TC)과 고밀도콜레스테롤(HDL), 중성지방(TG) 등 3가지 항목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녹십자엠에스는 그린케어 리피드의 반제품과 기술을 제공하고 호론이 현지조립생산(CKD) 및 판매를 담당하기로 했다.
2018년 9월 호론사와 체결한 당화혈색소(HbA1c) 자동화장비 및 시약 공급 계약도 부진하다. 총 계약금액은 112억원이었지만 5년간 실제 녹십자엠에스가 수주한 금액은 2억8600만원에 불과하다. 계약기간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기대했던 물량 수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 관계자는 "계약 체결 이후 코로나19 발생과 향후 현지 당국의 진단 승인 절차 변경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실제 매출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임원들 급여 1년 새 절반 줄여 비용 절감 중국 진출 계획이 사실상 무위에 그치면서 녹십자엠에스의 실적은 악화됐다.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94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하면 15.07% 줄었다. 영업이익은 15억원이다.
2년간 이어진 영업적자에서 벗어나는 건 성공했다. 다만 이는 비용 감축 영향으로 사실상 불황형 흑자에 불과하다.
지난해 판매비와 관리비는 111억원으로 전년대비 13.62% 줄였다.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항목은 급여라는 점에 주목된다.
녹십자엠에스의 전년대비 급여와 임금은 13.94% 줄였다. 특히 임원 보수가 크게 줄었다. 사내이사와 감사를 포함한 5명의 이사회 구성원 급여총액은 5억2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9억62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을 제외한 등기이사의 급여총액은 1년 새 9억3800만원에서 4억77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다만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다. 전체 임직원 수는 131명으로 1년 전보다 4명 늘었다. 연간 급여 총액 역시 전년 수준을 보였다.
급여 외에도 광고선전비는 22.40%, 접대료 14.82%, 지급수수료 44.78% 등 경상연구개발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판관비 항목의 지이 전년 대비 줄었다. 이에 대해 녹십자엠에스는 혈액투석액 등 기존에 강점이 있는 사업에 집중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녹십자엠에스 관계자는 "지난달 글로벌기업 박스터와 혈액투석액 공급계약을 5년 연장했다"며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파우더형 혈액투석액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중국 사업 실패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핵 진단 솔루션의 개발을 위해 FIND와 함께 TB-LAM 신속진단테스트를 위한 개발 협력을 진행하는 등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