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SK디스커버리는 최근 수년간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배당금 지급을 늘리고 있는 데다 자사주도 활발히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환원정책에 소요되는 현금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웃돌면서 차입금 증가를 부채질하는 한 가지 요인이 되고 있다.
◇배당금 지급 증가 추세…현금 소요에 재무 부담
SK디스커버리는 2017년 12월 지주사 전환 이후 SK가스와 SK케미칼 등 핵심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현금이 소요됐다. SK가스 지분 취득에 2019~2021년 합산 1430억원을, SK케미칼 지분 취득에 2021~2022년 합산 1437억원을 각각 투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차입금을 늘리면서 2021년 별도 기준 순현금에서 순차입 상태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말 부채비율은 70%를 넘어섰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동시에 SK디스커버리 재무 부담을 늘린 또다른 요인은 주주환원정책이다. 올해 상반기말 SK디스커버리 최대주주는 지분 40.72%(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SK디스커버리는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에 의존하는 순수지주사다. 자체 사업이 없으므로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적다. 이 때문에 배당금 지급이 현금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배당을 얼마나 실시하는지에 따라 현금을 얼마나 남길 수 있는지가 갈리고 이에 따라 차입을 얼마나 조달해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SK디스커버리는 최근 수년간 배당금 지급이 늘어나는 추세다. SK디스커버리가 지급한 배당금(지급일 기준)은 지주사 전환 이듬해인 2018년 92억원, 2019년 123억원이었다. 하지만 2022년 397억원, 지난해 336억원, 올해 330억원(8월 지급 중간배당 95억원 포함)으로 늘었다. 특히 2022년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하면서 배당금 지급이 늘어나는 요인이 됐다.
SK디스커버리가 중기(3년) 주주환원정책을 처음 공시한 것은 2021년 10월이다. 하지만 당시 공시한 주주환원정책에는 배당금의 점진적 우상향과 중간배당 시행에 대한 내용만 포함돼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SK디스커버리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중기 주주환원정책에는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포함됐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3년 100억원, 2024~2025년 500억원을 합산한 600억원으로 매입 수량 전량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자사주 매입소각 실시…2025년까지 총액 600억 투입
배당금 지급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에도 현금이 소요된다. SK디스커버리는 중기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11월에 걸쳐 100억원을 들여 보통주 25만2000주를 자사주로 매입했다. 이때 매입한 자사주 전량은 올해 3월 소각을 완료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부터 9월까지 185억원을 들여 보통주 43만8000주와 15억원을 들여 우선주 4만6000주를 자사주로 매입했다. 중기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올해 9월까지 자사주 매입에 소요된 현금만 합산 300억원이다. 애초 중기 주주환원정책으로 제시한 자사주 매입금액이 600억원이므로 내년까지 자사주 매입에 따른 현금 소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SK디스커버리는 SK가스, SK케미칼, SK디앤디 등 자회사로부터 꾸준히 배당금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에 따른 현금 소요가 매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잉여현금흐름(FCF)이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더 많은 현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차입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0년말 2242억원이었던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올해 상반기말 7361억원으로 늘었다. 3년 반 만에 5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부채비율은 25.5%에서 74.7%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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