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저축은행 대표들이 연임 기로에 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연체율이 급등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상 신규 영업을 하지 못해 대출자산 축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특유의 장기 재직 관행이 깨지고 리더십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 저축은행 대표들의 임기 중 경영 성과와 관행, 모회사와의 역학관계 등을 들여다보고 연임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전찬우 한국투자저축은행(한투저축은행) 대표이사가 오는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투저축은행은 매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CEO 성과를 평가해 재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전 이사도 예외가 아니다.
한투저축은행 대표이사 재임 기간은 5~8년 정도로 비교적 길다. 매년 임추위를 개최하지만, 경영 안정성을 위해 CEO를 자주 교체하진 않는 편이다. 이를 미루어 봤을 때 전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불거졌으나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등 수익 방어에는 성공했다. 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해 장수 CEO 대열에 합류할지 주목된다.
◇평균 재직 기간 6.6년, 쇄신보단 '안정' 중시
전찬우 대표이사(사진)는 한투저축은행 역대 다섯 번째 대표이사다. 한국투자금융그룹(한투그룹) 품에 안긴 뒤로는 네 번째 대표이사다. 전 대표는 올해 초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돼 한투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다.
한투저축은행 대표이사가 바뀐 건 5년 만이다. 권종로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1년씩 모두 5차례 연임하며 모두 5년간 대표이사 자리를 지켰다. 그는 임기 동안 부동산PF 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2018년 말 2조8887억원이었던 총자산이 지난해 상반기 말 8조6111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권 전 대표보다 오래 재직한 대표이사도 있다. 남영우 전 대표는 2010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8년 넘게 한투저축은행을 이끌었다. 두 대표의 평균 재직 기간은 6년 6개월로 추산된다. 한투저축은행은 리더십 쇄신보단 안정에 방점을 두고 경영을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전 대표가 처음 대표이사로 선임됐던 작년 말 한투그룹에선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한투그룹은 권 전 대표뿐만 아니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교체했다. 정 전 사장도 2019년부터 한투증권을 이끌어왔다. 역대 CEO의 재직 기간이 길고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점에서 전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전 대표의 임기 만료일은 '2024년 결산 정기주주총회 개최일'까지다. 통상 연말 CEO 경영 평가를 마치고 임추위를 개최해 연임 여부를 결정짓는다. 이후 정기 주총에서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선임하며 임기 1년을 더 부여하는 방식이다.
◇전찬우 대표 '관리형 CEO'…PF 비중 대비 수익 선방
전찬우 대표는 기획 및 경영 관리에 능한 인물이다. 저축은행업계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PF 리스크 등 비우호적인 업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형 CEO'인 전 대표가 낙점됐다는 분석이다.
전 대표는 경력 대부분을 한투금융에서 쌓았다. 그중에서도 한투저축은행에 장기 재직했다. 2001년 한투저축은행 대리로 입사해 영업추진팀장, 마케팅추진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3월부터 2017년 말까지 약 5년간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이후 3년간 지주 경영관리실에서 일했다. 2021년 한투저축은행에 돌아와 리테일사업본부장에 선임됐고, 2022년 말 전무로 승진했다.
관리형 CEO라도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었다. 전 대표는 지난 8월 취임 후 첫 반기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순이익은 114억원으로 나타났다. 한투저축은행 순이익은 2022년 말 800억원에서 작년 말 40억원으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7.08%로 2022년 말(2.77%) 대비 4.31%p 급등했다.
다만 한투저축은행이 순손실은 기록하지 않으며 선방을 했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잔액은 7548억원으로 업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이는 전체 대출금(6조9993억)의 10.8% 수준이다. 부동산PF 리스크가 커지며 대손충당금 규모가 커지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연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한투지주 의중이다. 한투저축은행은 직접 CEO 후보군을 두진 않고 지주사의 계열사 CEO 후보군 관리를 따른다. 지주가 CEO 후보군을 관리한단 의미는 경영 성과와 리더십에 대해 직접 평가한다는 걸 의미한다.
한투지주는 '그룹경영협의회'를 설치해두고 자회사 CEO 후보군과 선임 관리를 담당한다. 이는 지주회사법에 따른 것으로 KB금융이나 신한금융 등과 같은 방식을 따른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작년 말 한투지주가 세대교체 카드로 전 대표를 선택한 만큼 재선임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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