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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CEO 연임 신호등

KB국민카드 이창권, '숨은 용'의 반격…연임 청신호 될까

①'1등 도약'에서 '내실 경영' 선회하니…역대 최대 반기 순이익 달성

김보겸 기자  2024-10-23 07:26:54

편집자주

연말 임기 만료를 맞는 카드사 수장들이 연임 시험대에 섰다. 이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카드사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공통의 과제를 갖고 있다. 누군가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각 카드사 CEO의 성과와 한계를 통해 연임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본다.
이창권 KB국민카드(사진) 대표가 올해로 취임 3년차를 맞이하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와 고물가 등 어려운 외부 환경 속에서도 회원 확대와 비용 구조 개선을 통한 내실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은 소수였다. 통상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들이 통상 2+1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사례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2년간 '1등 카드사'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오히려 작년에는 순이익 순위가 내려앉으며 목표와 멀어지기도 했다. '숨은 용'의 자세로 내실 경영 다지기에 나선 이 대표가 올해 실적을 개선하며 다시금 연임 가능성이 주목된다.

◇'1등 카드사 도약'에서 '진용일흥' 자세 강조

1965년생인 이 대표는 고려대학교에서 응용통계학을 전공하고 KB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부를 거쳐 온 대표적인 '전략통' 인사다. 1991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KB국민은행 전략기획부를 거쳐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KB금융지주 전략총괄(CSO)를 맡았다.


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은행 출신을 대표로 보내는 일이 많지만 이 대표는 KB국민카드에 몸 담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KB국민카드 경영기획부장으로 일하면서다. 당시 이 대표는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 소속으로 KB국민카드 분사를 이끌었다. 이후에도 KB국민카드에서 전략기획부장과 신사업부장, 생활서비스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금융지주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카드사로 돌아온 이 대표는 취임 첫 해 "1등 카드사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순이익 기준 업계 3위에서 1위인 신한카드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2022년 순이익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 감소한 3657억원을 기록했다. 그 해 11월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가 6%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는 등 조달비용 상승이 실적에 타격을 입힌 영향이다.

취임 2년차에도 이 대표는 '1등 카드사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순이익은 3690억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성적표는 아쉬웠다. 당시 로카모빌리티 매각 효과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48% 급등한 롯데카드(3748억원)에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하락했다.

취임 3년차인 올해는 순위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실적과 순위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진짜 용은 숨어서 일어난다'는 '진용일흥'의 자세를 강조하며 "올해 우리는 조용히 실력을 키워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객 기반을 확대한다는 양적 성장은 물론 비용 구조를 개선해 내실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역대 최고 반기 실적...고객기반 확대와 비용 절감 효과

내실 경영의 성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6월 말 기준 KB국민카드 순이익은 25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증가했다. 순이익 순위 역시 4위에서 3위를 회복했다.

특히 간편결제 플랫폼인 KB Pay 이용자 확대가 두드러진다. 이 대표는 그간 3개로 분산 운영되던 앱을 취임과 동시에 KB Pay를 중심으로 통합했다. 결제 편의성을 높여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였다. 지난달 기준 KB Pay 가입고객은 1300만명을 돌파했으며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는 800만명 이상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의 내실 경영이 비용 구조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카드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29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708억원 늘었다. 카드사의 본업에서의 수익성은 늘어난 반면 판매비와 관리비는 1년 새 2518억원에서 2298억원으로 220억원 줄었다.

이렇게 증가한 이익을 새로운 사업영역에 재투자하며 이익 체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카드업을 넘어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하는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쿠팡과 제휴를 맺고 '쿠팡와우카드'를 출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카드업이 아닌 생태계에 참여해 회원을 다양화하고 이용금액 증가 등 외형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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