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금융사 인사코드

'전략통' 강세 KB국민카드, 내부 출신 대표 언제쯤

④독립 후 대표 6명 모두 은행·지주 출신…내부 승진 부사장 2명 눈길

조은아 기자  2024-08-14 08:17:56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KB국민카드는 업계 3위권의 안정적 시장 지위와 달리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국민은행 사업부로 출발해 1987년 일찌감치 법인으로 독립했지만 2003년 카드 사태 여파로 은행에 재흡수됐다. 8년 뒤인 2011년 다시 독립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은행 밖에 있던 시간이 짧지 않지만 아직까지 내부 출신 대표가 배출된 적은 없다. KB금융에 인수된 지 9년 만에 내부 출신 대표를 맞이한 KB손해보험과 달리 여전히 지주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되는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명 모두 은행이나 지주 출신…카드사 경험 없어

국민카드가 독립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대표에 오른 인물은 모두 6명이다. 이들은 KB금융의 다른 계열사 대표들과는 달리 상당 부분 공통점이 많은 편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지주 혹은 은행 출신이라는 점이다.

2명은 KB국민은행 부행장에서, 3명은 KB금융지주 부사장에서 국민카드 대표로 직행했다. 6명 가운데 대표 선임 전 조금이라도 국민카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물은 김덕수 전 대표 1명뿐이다.

다만 김덕수 전 대표는 다소 예외적인 상황으로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는 2011년 국민은행에서 퇴임했으나 2013년 7월 국민카드 부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예상치 못한 정보유출 사고로 심재오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대표에 올랐다.

김 전 대표 다음인 윤웅원 전 대표부터 현재의 이창권 대표까지 3명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일단 3명 모두 지주 부사장 출신이며 경력에서 '전략'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지주에서 CSO(최고전략책임자)를 지낸 경험이 있다.

윤 전 대표는 지주와 국민은행에서 경영관리부장, 전략기획부장, 재무관리본부장 등을 지냈고 국민카드 대표로 이동하기 전에는 지주에서 CFO와 CSO를 겸직했다. 후임인 이동철 전 대표와 이창권 현 대표는 겹치는 이력이 더 많다. 둘 모두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대표 취임 당시 나이 역시 58세다. 국민카드 대표 직전 지주에서 근무하며 전략총괄(CSO)을 지내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보통 영업이나 재무 분야 전문가가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KB금융 역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국민카드 대표들이 대부분 전략통이었던 이유는 업종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변화가 다소 더디고 '숫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다른 업종과 달리 카드업은 금융권에서도 특히 더 변화가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나무를 꼼꼼히 들여다볼 인물보다는 숲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내부 출신 부사장 2명…내부 출신 대표도 나오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표들의 무게감이 더해지는 점도 눈에 띈다. 국민카드 대표 자리가 KB금융 내부에서 요직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건 윤웅원 전 대표부터다. 이때부터 기존보다 한층 무게감 있는 인물들이 선임되기 시작했다. 선임 당시의 연령대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김덕수 전 대표는 56세에, 이창권 현 대표는 58세에 대표로 선임됐다.

이는 KB금융 내 국민카드의 입지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KB금융에서 비은행 부문 강화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민카드의 중요성 역시 한층 커졌다. 과거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자리였다면 '중간' 자리가 됐다는 점 역시 눈여겨 볼만한 변화다. 특히 이동철 전 대표는 국민카드 대표를 거쳐 KB금융 부회장에 올랐고, 지주 회장을 두고 막판까지 양종희 회장과 경합했다.

업계의 관심은 내부 승진 대표가 언제 나올지에 쏠려 있다. 기존의 공식대로라면 지주의 이승종 부사장이 차기 대표에 성큼 다가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역대 국민카드 대표들과 마찬가지로 은행에 이어 지주에서 근무했고 올 1월부터는 지주에서 CSO를 지내고 있다.

국민카드 김세민 부사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지주에서 CSO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승종 부사장이 그의 후임이다. 김 부사장은 지주 CSO로 임명됐을 당시에도 파격 인사로 KB금융 안팎을 놀라게 했는데 올해 초 국민카드로 이동했다. 차기 대표 선임을 염두에 둔 인사로도 해석 가능하다.

다만 국민카드 부사장 3명 가운데 2명이 내부 승진자라는 점에서 내부 출신 대표를 향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경영기획그룹장을 맡고 있는 서은수 부사장과 고객전략그룹장을 맡고 있는 정연규 부사장은 올 초 승진해 부사장에 올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