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연체율이 업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부실로 이어지기 쉬운 고금리 상품 취급을 늘리는 동시에 연체율은 오히려 1년 전보다 낮아져 주목된다.
현대카드는 우량한 고객 위주의 영업이 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에서 유일하게 2002년 카드대란을 겪었던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가 있었기에 고위험 자산을 늘리면서도 연체율 관리가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 연체율 1.04%…8개사 중 건전성 1위
올 1분기 현대카드 연체율은 1.04%를 기록했다. 전업 8개 카드사 평균이 1.83%를 기록하며 위험 수준으로 인식되는 2%에 가까워지는 반면, 현대카드는 평균 연체율을 한참 밑돌며 업계에서 가장 건전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에 비해서도 0.20%p 개선된 수치로, 전년 동기보다 연체율이 낮아진 곳은 8개 카드사 중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뿐이다.
연체율 개선은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에 나선 결실이다. 지난해에는 정 부회장의 의지에 따라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를 위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줄이며 연체율을 관리했다. 정 대표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카드 대표를 맡으며 신용불량자가 속출했던 카드 사태를 겪었다. 2005년 10%가 넘었던 연체율은 2006년 3.65%에서 2007년 1.84%로 줄어든 뒤 2008년부터 10년간 0%대를 유지했다.
올해는 대출 여력이 생기면서 금융 자산을 평년 수준으로 확대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건전하게 성장하며 고정이하자산 비중 등을 관리해 업계 최저 수준의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자산이 유입되면서 연체율이 낮아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올 1분기 현대카드의 카드자산은 20조9585억원으로 전년(18조8397억원) 대비 11.2% 증가했다.
영업자산이 크게 늘었는데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이전 수준을 유지했다. 3개월 이상 연체해 원리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NPL의 비율은 0.70%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0.71%) 수준을 기록했다.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규모도 줄었다. 올 3월 말 현대카드의 연체채권은 152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669억원)에 비해 117억원 줄었다.
◇그간 줄여왔던 고위험 상품 취급 일제히 증가
작년까지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섰던 현대카드는 올 들어 다시금 고위험 금융자산을 늘리고 있다. 올 1분기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는 5906억원으로 전년 동기(3556억원) 대비 2400억원가량 늘렸다. 장기카드대출 상품인 카드론도 4조3492억원에서 올해 3월 4조9933억원으로 증가했다.
리볼빙 잔액은 줄었다. 올 1분기 리볼빙 잔액은 98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현대카드와 함께 업계 최고 수준의 건전성을 기록 중인 삼성카드(1조2221억원)나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1조55545억원)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리볼빙은 평균 금리가 17%에 달해 고금리 상품인 카드론보다도 금리가 높아 카드사로서는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취약차주들이 일시적으로 자금이 막혔을 때 주로 이용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부실 위험이 크다.
현대카드는 연체율이 안정화됐기 때문에 금융자산 비중을 정상화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작년에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취급했지만 대출 여력이 생긴 만큼 기존에 보수적으로 취급하던 금융자산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위험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린다기보다는 연체가 안정화됐기 때문에 되돌리는 수준"이라며 "고위험 자산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은 소폭 늘었다. 올 3분기까지 현대카드가 보유한 대손충당금은 1조657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5747억원) 대비 5.2% 늘었다. 대손상각비는 1304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9.8% 감소한 63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어온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연체율과 요주의자산비중 등 주요 지표를 밀착 관리하며 건전성 중심의 경영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