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영어명 '켈리스 박'으로도 알려진 피아오얀리(Kelis Piao) 텐센트게임즈 부사장(사진)은 국내 게임과 콘텐츠 시장에서 중국 자본을 상징하는 인사다. 2014년 8월부터 넷마블 이사회에 몸담고 있으며 한때는 카카오 이사회에, 현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장기근속 중이다.
한국 게임을 중국시장과 연결하면서 초대박을 내 K-게임 열풍을 일으키는데 일조한 인물로 텐센트 내 친한파이며 지한파로 꼽힌다. 현재도 국내 게임사들에게 중국시장이 중요한 만큼 그는 여전히 강력한 텐센트의 입지를 상징하고 있다.
◇넷마블 이사회에 20년간 장기재직
넷마블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는 피아오얀리 부사장은 오너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과 함께 최장수 이사회 멤버다. 2014년 8월 첫 선임된 후 20년을 근속 중이다. 그의 장기근속 배경에는 넷마블의 지분 17.52%를 보유한 3대 주주 한리버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 PTE. LTD)가 있다. 중국 텐센트가 넷마블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 지난 7월에는 2대 주주였던 CJ ENM이 넷마블 지분 5%를 처분함에 따라 텐센트는 2대 주주로 올랐다.
피아오얀리 부사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2022년 11월 30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피아오얀리 부사장을 선임한 배경 역시 텐센트가 있다. 텐센트의 특수목적회사(SPC)인 스카이블루 크리에이티브(Skyblue Creative Investment Pte.Ltd.)와 TCH C Limitedsms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을 각각 2.96%, 1.65%씩 갖고 있다.
피아오얀리 부사장은 중국 헤이룽장대학교에서 경제법을 전공한 뒤 텐센트게임즈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한국에서 텐센트코리아 대표를 역임하면서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돕고 K-게임 열풍을 일으키는데 일조했다.
그가 텐센트에 입사한 것은 2005년, 인터넷 사업이 중국에서 각광을 받을 때로 한국어, 영어 등의 실력을 앞세워 2006년부터 한국 기업들과 만나며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중국으로 가져가 퍼블리싱(유통)한 한국 게임의 대표작이 스마일게이트에서 만든 <크로스파이어>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이다. 특히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300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며 '국민게임'으로 자리 잡을 만큼 대박을 냈다.
이때부터 한국 게임사들은 해외진출 전략의 초점을 중국시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게임은 질병에 준할 만큼 이미지가 안 좋았으나 중국을 비롯해 세계 시장에 대거 수출되면서 한국의 콘텐츠 수출 1위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K-콘텐츠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때다.
◇카카오에서 물러난 대신 카카오엔터 이사회 입성
피아오얀리 부사장은 덕분에 한국 게임·콘텐츠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게 됐으며 2012년 4월 카카오 사외이사로, 2014년 8월 넷마블 기타비상무이사로 입성했다. 특히 카카오는 당시 3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의 반대를 무릅쓰고 피아오얀리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연임시켰다. 국민연금보다 텐센트의 손을 들어주는 게 비즈니스에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2020년 2월 상장사 사외이사의 최대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법규가 실시되자 카카오는 총 8년을 재직한 피아오얀리 이사를 떠나보냈다. 그러나 텐센트와의 연을 계속 이어가길 원했던 카카오 측에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자리를 내줬다. 임기제한이 있는 사외이사가 아닌 재직기간 제약이 없는 기타비상무이사 보직이다.
넷마블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피아오얀리를 이사회 멤버로 초빙한 이유는 그가 중국과 한국의 가교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중국시장 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고 넷마블 역시 마찬가지다.
반대로 텐센트는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을 눈여겨보고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 배틀그라운드로 세계를 석권한 크래프톤 또한 텐센트(Image Frame Investment(HK) LIMITED)가 지분 13.8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로스트아크(스마일게이트), 검은사막(펄어비스) 등 여러 국내 게임을 중국시장에 유통한 퍼블리셔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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