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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사코드

하나캐피탈, 은행 '영업통' 강세…비은행 강화 전략적 배치

기업금융·리테일 두루 섭렵…올해 박승오 대표 임기 만료

김경찬 기자  2024-09-02 07: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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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하나캐피탈의 인사코드는 '은행 영업통'으로 통한다. 대표이사 모두 은행 일선 영업현장에서 성과를 거둔 부행장급 인사들이다. 이 공식은 박승오 현 하나캐피탈 대표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카드와 하나저축은행에도 영업 전문가들을 배치하며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인수 초기부터 영업 전문가 배치, 안정적 성장 이끌어

하나캐피탈은 2004년 하나은행이 인수한 이후 총 8명의 대표이사를 거쳤다. 이들 모두 하나은행 출신이면서 '은행 영업통'으로 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행 지점장을 비롯해 지역영업본부장, 영업지원그룹장 등 영업 관련 직책 위주로 맡아 왔다. 일선 영업현장에서 거둔 성과를 인정받아 은행 본부장 이상을 거쳐 하나캐피탈 대표로 선임됐다. 인수 이후 선임된 김삼득 전 대표부터 현 박승오 대표에 이르기까지 이 공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인사코드는 그룹의 전략적 배치로 볼 수 있다. 그룹 계열사 대표 인사는 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맡고 있다. 하나카드, 하나저축은행 등 다른 2금융권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인사 기조를 보이고 있다. 영업현장에 대한 이해도와 은행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각 계열사의 대표로 선임하고 있다.


김삼득 전 대표는 인수 초창기 하나캐피탈을 맡아 리테일금융 취급 영역을 확장했다. 김삼득 전 대표는 지점장을 거쳐 영남지역본부장, 강동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김삼득 전 대표는 하나캐피탈을 이끌면서 수입차 오토리스, 의료기기 리스사업, 중고차 할부금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후임자인 김종준 전 대표는 사업구조를 수익성 있는 리테일금융 중심으로 개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선임됐다. 김종준 전 대표는 강서지역본부와 기업금융그룹, 가계영업그룹 등을 담당한 금융전문가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취임 첫해에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듬해 흑자 전환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재임 동안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부당 자금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2014년 중징계를 받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을 앞두고는 외환은행 부행장이었던 추진호 전 대표가 선임됐다. 추진호 전 대표는 하나은행 출신으로 대기업금융본부장, 기업영업그룹 총괄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로 편입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추진호 전 대표는 전임 대표의 불법대출에 따른 기관경고를 이어받았지만 최대 실적을 거두며 연임에 성공했다.

◇'리딩캐피탈' 이끈 기업금융 전문가, 바통 이어받은 여신 전문가

하나캐피탈은 2018년 하나금융지주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외연 확장이 필요했던 하나캐피탈은 기업금융 전문가인 윤규선 전 대표를 선임했다. 윤규선 전 대표는 하나은행 채널1영업그룹총괄, 하나은행 영업기획본부장, 기업지원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다.

윤규선 전 대표는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해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을 확대했다. 윤규선 전 대표는 내구재 할부 렌탈, IB금융, 글로벌 등으로 수익을 다변화하며 2020년 '리딩캐피탈'을 달성하기도 했다. 윤규선 전 대표는 글로벌 사업에서도 성과를 인정받아 5년간 대표이사직을 지켰다.

박승오 대표는 전임 대표의 성과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선임됐다. 박승오 전 대표는 하나은행 중앙영업본부장, 기업사업본부장, 여신그룹장 등을 역임한 여신 전문가로 꼽힌다. 박승오 대표는 취임 첫해 성장세를 유지하며 하나은행에 이어 계열사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박승오 대표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일 대표 교체가 이뤄지면 '은행 영업통' 인사 기조를 이어갈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를 위해 후보군을 매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후보군은 총 33명으로 내부 31명, 외부 금융사 2명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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