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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빅뱅

정상혁 신한은행장, 진옥동 '일류신한 파트너' 공고한 입지

①'행장-비서실장·CFO→회장-행장' 6년 동행…지배구조 안정에 무게

최필우 기자  2024-08-05 07:55:12

편집자주

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사진)은 진옥동 회장 체제 신한금융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이었던 시기 비서실장, 경영기획그룹장(CFO)을 맡은 최측근으로 지난해 진 회장 취임 후에는 행장이 되면서 그룹 2인자로 올라섰다. 진 회장과 함께 '일류신한' 밑그림을 그리는 파트너로 그룹 내 위상을 갖고 있다.

진 회장이 내년 임기 3년차를 맞이하면서 1~2년차를 함께한 정 행장과 동행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두 CEO의 신뢰 관계가 굳건한 만큼 갑작스러운 쇄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신한금융이 과거 예상치 못한 행장 교체로 혼란과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도 지배구조 안정성을 중시하게된 요인이다.

◇진옥동의 믿을맨 '실장→상무→부행장→행장' 초고속 영전

정 행장은 진 회장의 신한은행장 취임 첫해인 2019년 존재감을 키웠다. 진 회장의 초대 은행장 비서실장으로 낙점되면서다. 정 행장은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일선 영업점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내며 눈부신 수상 실적을 쌓았으나 본점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비서실장 취임으로 그의 경력이 변곡점을 맞이한 것이다.


비서실장으로 진 회장의 행장 취임 1년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정 행장은 2020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경영기획그룹장 상무로 영전했다. 은행권에서 CFO는 재무 전문성 만큼이나 CEO와의 신뢰가 중시되는 직책이다. 자금 조달 및 운용, 재무, 기획, 전략, 인사 등 은행 경영에 필요한 핵심 업무를 CEO와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2년의 첫 행장 임기를 소화한 뒤 2년의 추가 임기를 받았다. 두 번째 임기 때도 정 행장은 진 회장의 파트너로 호흡을 이어갔다. 진 회장은 2021년 정 행장을 부행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비서실장이 된 이후 2년 연속으로 승진한 셈이다. 진 회장이 행장으로 있었던 4년간 정 행장은 비서실장으로 1년, CFO로 3년 재직했다.

진 회장이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후임으로 낙점된 후 정 행장은 신한은행장이 됐다. 내정자 신분이었던 진 회장의 의중이 정 행장 취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진 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싣는 데는 정 행장이 최적의 파트너라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진 회장과 정 행장의 굳건한 파트너십이 이어지는 요인으로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이력이 꼽힌다. 진 회장은 오랜 기간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했다. 오사카지점장, SH캐피탈 사장, SBJ은행 부사장·법인장이 핵심 커리어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재일교포 주주와 소통이 원활하다. 정 행장은 진 회장에게 부족한 국내 영업점 경험이 풍부하다.


◇역대 회장 모두 겪은 지배구조 불확실성

진 회장이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입지를 다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지배구조 안정이다. 역대 신한금융 회장 모두 지배구조 불확실성에 노출된 전례가 있다.

라응찬 전 회장 체제에서는 신상훈 전 사장과 신한은행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13년 간 이어지는 '신한 사태'가 촉발됐다. 한동우 전 회장 재직 기간엔 서진원 전 행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했다. 조용병 전 회장 시절엔 위성호 전 행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진 회장도 취임 직전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겪어야 했다.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한달 만에 사퇴한 이후 정 행장이 취임하며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켰다.

남은 임기 중에도 지주-은행의 전략과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진 회장의 지상 과제다. 진옥동-정상혁 체제를 1년 더 유지하는 게 그룹 안정을 담보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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