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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메리츠화재

'자본확충' 속도, '가보지 않은 길' 간다

최대 6500억 후순위채 발행 착수…목표 모집액 자력 확보는 '미지수'

권순철 기자  2024-08-05 16:13:12
선욱 메리츠화재해상보험 경영지원실장(전무)이 최대 65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사채 발행에 도전한다. 오는 11월 2500억원에 해당하는 후순위채 콜옵션 시점이 도래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지급여력비율(K-ICS) 규제 강화에 발맞추어 자본을 쌓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목표액을 온전히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리츠화재가 자본성 증권을 취급하면서 3000억원을 웃도는 물량을 확보했던 적은 없다. 앞서 한화생명도 주관사 도움에 힘입어 간신히 5000억원을 모으는 등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 6500억 공모 후순위채 발행 준비…K-ICS '선제적' 관리 필요성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달 말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트랜치는 10년 단일물로 5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기관 수요예측은 19일에 진행될 예정으로 결과에 따라 최대 6500억원까지 증액 발행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메리츠화재의 후순위채 발행규모는 차환 물량을 훨씬 뛰어 넘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는 11월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 시점이 도래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최대 4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계획에 돌입했다. 지난 4월 2500억원 규모의 콜 만기에 대해 사모 후순위채 1500억원을 발행한 것과는 다소 대비되는 행보다.

지급여력비율이 우수함에도 선제적으로 자본을 마련해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K-ICS 비율은 약 227%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200%)을 거뜬히 상회했다. 그럼에도 최근 이사회에서 올해 후순위채 발행 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리는 등 적극적인 자본 확충을 예고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흐름을 의식한 움직임과도 연관이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험부채 할인율 개선 방안에 따라 할인율이 매년 25bp씩 하향 조정된다면 보험부채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자본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지난 3월 도입된 기초가정위험액도 자본 확충의 부담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그 결과 K-ICS 비율이 우수한 보험사들도 앞다투어 자본성 증권을 찍어내며 자본 적정성 관리에 돌입했다. 이달 초에는 교보생명이 공모 후순위채 시장에 나와 70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해 약 6000억원의 자본성 증권을 상환했던 한화손해보험도 이달 말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새로 찍는다.
출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모집금액 '역대 최대'…전량 자력 확보는 '미지수'

선욱 전무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메리츠화재에 몸담기 전 금융위 요직 등을 전전하며 재무적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전임자이자 현 CEO인 김중현 대표도 하지 못했던, 여태까지 메리츠화재가 소화했던 물량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을 시장에서 모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메리츠화재가 자본성 증권으로만 3000억원 이상을 모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인적분할 이후 메리츠화재가 자본성 증권을 활용해 가장 많은 금액을 조달했던 시기는 2022년 5월로 당시 2960억원을 확보했다. 이마저도 초기 모집액은 2000억원이었던 반면 수요예측에서 3562억원이 몰리며 증액 발행한 결과였다.

이에 메리츠화재가 자력으로 6500억원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전망이 앞서고 있다. 현재까지 메리츠화재는 공모 자본성 증권 시장에 6번 등판했다. 6번 모두 1000억~2000억원을 초기 모집액으로 설정한 가운데 기관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을 기록한 횟수는 3회에 불과했다.

보험사 자본성 증권을 향한 근래의 수요 흐름을 놓고 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7월 17일 한화생명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최종 4330억원의 주문을 확보, 부족분인 670억원은 주관사들의 인수로 조달한 바 있다.

물론 후순위채의 경우 신종자본증권보다 변제 순위가 높아 리테일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현재로서 모범 사례는 교보생명으로 최근 후순위채 5000억원 모집에서 698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7000억원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다만 신용등급이 AA+라는 점에서 AA0급인 메리츠화재도 유사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처: the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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