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IFRS17 회계제도 도입과 맞물려 이익 창출능력이 극대화되면서 재무건전성까지 부각되는 결과로 이어진 보험사다. 기존 RBC 기준으로는 지급여력이 손해보험업계 톱5(삼성·DB·현대·KB·메리츠) 가운데 5위였으나 현행 킥스(K-ICS) 기준으로는 삼성화재와 DB손보에 이은 3위에 올라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기존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시점이 도래한다. 다만 이익 창출력과 재무건전성 모두 여유가 있는 만큼 잇따른 콜옵션이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넉넉한 자본 여유에 자체상환 섞어 콜옵션 행사 메리츠화재는 4월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는 2019년 4월 발행한 2500억원 규모 후순위채의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메리츠화재는 1500억원의 후순위채를 통한 차환과 1000억원의 자체 상환을 혼합해 대응했다.
1000억원의 자본 손실이 일어났으나 자본관리에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화재는 올 1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비율)이 226.9%로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훌쩍 상회했다. 가용자본이 13조1320억원, 요구자본이 5조7878억원으로 150% 기준 가용자본 버퍼가 무려 4조4503억원에 이른다.
이는 메리츠화재가 자본성 증권의 콜옵션에 반드시 차환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본관리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4월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을 자체 상환으로 행사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11월에도 2500억원의 후순위채 콜옵션이 도래한다. 기존 발행 후순위채의 콜옵션은 내년 1500억원, 2026년 2100억원, 2027년 3860억원으로 계속 이어진다. 2025년 1050억원, 2027년 18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도 있다. 앞서 4월 발행한 1500억원까지 더하면 총 1조4310억원의 자본을 자본성 증권으로 조달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기존 자본성 증권의 콜옵션은 당연히 모두 행사할 것"이라면서도 "상환과 차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나 기조 수립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재무적 여력과 금리 등 시장 상황을 지속 검토하며 가장 유리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인보험 집중 포트폴리오, 자체 가용자본 창출의 핵심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상반기 메리츠금융지주의 기업설명회를 통해 현행 계리적 가정과 할인율 등의 경제적 가정을 3년 동안 점진적으로 적용한다는 가정 하에 지급여력비율을 20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올 1분기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비율 226.9%를 기준으로 하면 200%까지의 가용자본 버퍼는 1조5564억원이다.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메리츠화재는 현재 자본여력만으로 2029년까지 순차 도래할 1조4310억원의 콜옵션에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자본관리 측면의 여유는 우선 이익 창출능력에 기반을 둔다. 메리츠화재는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고 올 1분기에는 490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러한 수익성을 기반으로 건전성감독기준 자본에 축적해 둔 이익잉여금만 4조4136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10조7427억원에 이르는 CSM(보험계약마진) 잔액이 건전성감독기준 자본의 조정준비금에 일부 반영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1분기 말 조정준비금은 7조758억원이다. 이익잉여금과 조정준비금 두 과목의 합계는 11조4984억원으로 이것만으로 전체 가용자본의 87.5%에 이른다.
메리츠화재는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인보험이 1분기 기준 수입보험료의 84.3%에 이른다. 다른 대형 손보사들이 50~60%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포트폴리오의 장기인보험 집중도가 확연히 높다. CSM이 보험사의 미래 기대이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익잉여금과 조정준비금 기반의 가용자본 관리는 앞으로도 순조로울 공산이 크다.
물론 자체적인 가용자본 관리와는 별개로 향후 자본성 증권을 통한 자본확충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올 초 메리츠화재는 이사회를 통해 올해 후순위채 발행 한도를 5000억원으로 확정한 바 있는데 이는 앞서 4월과 오는 11월 각각 2500억원의 후순위채 콜옵션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였다. 4월에는 1500억원만을 차환한 만큼 아직 3500억원의 한도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