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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

공모채 발행시장 재개…낮아진 금리에 '문전성시'

기준금리 밑도는 회사채 금리…기업들 이달 최대 3조8000억 규모 자금 모집

백승룡 기자  2024-08-19 15:21:15
반기보고서 시즌을 마치고 공모채 발행시장이 다시 열린다. 우량등급 회사채 금리가 기준금리(3.5%)를 밑돌 정도로 낮아진 만큼 기업들은 앞다퉈 발행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변수는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임박해 투심은 우호적이지만, 금리 레벨이 과도하게 낮아졌다는 부담감도 감지되고 있어서다.

시장 안팎에서는 발행사별로 모집액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금리 수준은 개별민평금리 대비 ‘오버 금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이달에만 2조3000억~2조4000억 규모 수요예측…전년 대비 1조 이상 늘어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메리츠화재가 4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5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만기는 10년으로, 5년 뒤 콜옵션(조기상환권) 조항이 포함돼 있다.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연 3.9~4.5%로 제시됐다. 메리츠화재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A0(안정적)이다.

이달 반기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돌입했던 회사채 발행시장은 이날 메리츠화재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다시 분주한 일정에 돌입한다. 한국토지신탁(A-)을 비롯해 △SK(AA+) △SBS(AA0) △S-OIL(AA0) △KB증권(AA+) △HL홀딩스(A0) △한솔테크닉스(BBB+) △키움증권(AA-) △동원산업(AA-) △종근당(AA-) △삼양패키징(A-) △포스코인터내셔널(AA-) 등이 이달 연달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한화손해보험과 KDB생명보험의 후순위채 발행도 예정돼 있다. 이달 회사채·후순위채 수요예측 규모는 모집액 기준 2조3000억~2조4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수요예측이 1조3400억원 규모로 이뤄졌던 것에 비해 1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증액 목표치를 고려하면 이달 2주 남짓한 사이에 최대 3조8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자금 모집이 이뤄질 전망이다.

내달 수요예측 일정도 일찌감치 채워지고 있다. 2년 만에 공모채 시장을 찾는 삼성물산(AA+)의 3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이 내달 초 예정돼 있다. 한화(A+)와 GS EPS(AA0), 삼척블루파워(A+), 우리금융에프앤아이(A-) 등도 내달 각각 1500억원 규모 모집에 나선다. 반기보고서 제출을 마치자마자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을 찾아 자금조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국고채·회사채 금리 추이.(출처=금융투자협회)

◇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회사채 금리…"무난한 완판, 금리는 오버" 전망도

올해 회사채 시장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연초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반회사채(SB) 발행규모는 약 50조원에 달했다. 특히 1분기에만 32조5000억원 수준의 회사채가 발행되면서 대규모 선제적인 자금조달이 이뤄졌다. 그 여파로 2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17조4000억원 규모로 절반가량 줄어드는 등 상대적으로 한산한 흐름을 보였다.

이달 다시 회사채 시장이 붐비기 시작한 것은 채권시장 금리가 크게 낮아진 영향이다. 신용등급 AA- 회사채(3년물 기준) 금리는 현재 3.4% 수준에서 형성돼, 지난달 25일부터 꾸준히 기준금리(3.5%)를 밑돌고 있다. 올해 초 4.0% 안팎을 맴돌던 것과 비교하면 60bp(1bp=0.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사실상 2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를 밑돌고 있어, 채권시장에는 이미 2~3차례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반영돼 있는 수준”이라며 “올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시장금리가 연내 추가적으로 낮아지긴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굳이 조달시점을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하게 낮아진 금리 레벨에 대한 부담감도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채권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는 물론이고 공사채, 은행채, 여전채 등 대부분의 크레딧 채권이 각각의 개별민평금리 대비 +5~10bp 수준에서 거래되는 추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한 시점이라 투심은 매우 우호적이지만 금리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실적 우려가 있는 발행사를 제외하면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것은 문제 없을 것"이라면서도 "금리 레벨이 워낙 낮아진 상황이라 '언더 금리'를 기대하긴 어렵고, 대부분 개별민평보다 높은 수준에서 완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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