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는 최근 10년 동안 총 세 명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자리를 지켜왔다. 업계 베테랑으로 불리던 정두영 전 CIO와 허성무 전 CIO, 그리고 현재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이끌고 있는 박양래 CIO까지 모두 대체투자 분야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왔다.
정두영 전 CIO는 과기공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CIO였다. 허성무 전 CIO는 실물자산 경기를 고려해 중위험·중수익 투자에 집중하며 안정적으로 공제회를 이끌었다. 이례적인 내부 승진 인사였던 박양래 CIO는 정기 출자사업 규모를 확대하며 자본시장에서 과학기술인공제회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정두영 전 CIO, 25년 자산운용 베테랑 과기공은 최근 10년간 총 세 명의 CIO가 투자자산 운용을 총괄해왔다. 최근 과기공의 CIO 임기는 기본 2년이다. 여기에 연임할 경우 최대 1년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정두영 전 CIO때까지는 3년 임기에 1년 연장이 가능했었다.
2015년 5월 과기공에 들어온 정 전 CIO는 25년간 자산운용 시장에서 활약해온 베테랑이었다. 1990년 주택은행에 입사해 11녀을 근무했고, 이후 메리츠화재로 이직해 14년을 근무했다. 메리츠화재에서 그가 운용했던 자산 규모만 무려 12조원에 달했다.
그가 근무하던 시절 과기공은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프런티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새로운 투자 기회 찾기에 어떤 기관투자가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국내 기관 자금이 몰리는 부동산·사모투자(PE) 등 대체투자 시장에도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덕분에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70% 정도가 부동산·기업금융·인프라와 같은 대체투자였다. 해외 투자 비중도 다른 기관투자가보다 현저히 높은 45%에 달했다.
취임 2년차였던 2016년에는 국내 기관투자자 중 처음으로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사모펀드(PEF)에 150억원을 출자했다. 2017년에는 해외 벤처캐피털과 손잡고 실리콘밸리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등에 500억~6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그는 취임 첫해인 2015년에 4.15%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주요 연기금인 공무원연금(3.9%), 사학연금(3.72%)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으며 그는 과기공 역사에서 임기를 연장한 첫 CIO로 등극했다.
◇허성무 전 CIO부터 임기 '2년+1년 연장 가능'으로 바껴 이어서 허성무 전 CIO가 2019년 5월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때부터 과기공은 CIO의 임기를 '2년+1년 연장 가능'으로 설정했다. 1966년생인 허 전 CIO는 한누리투자증권 기업금융팀 부장,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상품본부장, KDB자산운용 전략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중위험·중수익' 투자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임기 중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는데,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실물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는 힘든 여건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전까지 활발하게 진행했던 상업 시설 투자를 자제함과 동시에 오피스 빌딩 투자도 기존보다 더 신중하게 진행했다. 이보다는 향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센터와 통신 중계시설, 물류시설, 바이오산업 연구시설인 바이오랩 등에 관심을 가졌다. 2019년 8.15% 2020년 4.3% 등 공제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1년 연임이 확정됐다.
현재 과기공의 CIO는 박양래 본부장이다. 그는 2018년부터 리스크관리센터장을 맡았던 첫 내부 인사였다. 2022년 5월 선임된 이후 약 3개월 만에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분야에 총 2400억원 상당의 정기 출자사업을 실시했다. PE 부문에 1500억원, 벤처 부문에 900억원 등을 배정했다.
그 역시 전임자들처럼 다양한 대체투자를 이어가면서 플러스 수익률을 연달아 기록했다. 2022년에는 주식 시장 악화로 주식 부문에서 -18.91%를 기록한 타격에 전체 수익률이 2.39%에 불과했다. 다만 이듬해 곧바로 7.23%의 수익률로 회복하며 실력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