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관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대부분 3년 이하의 짧은 임기를 보낸다. 이 기간동안 다양한 투자 전략을 쌓더라도 임기 내에 성과가 발현되기는 힘들다. 오히려 차기 CIO 임기 때 전임자의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주요 기관들의 성과를 10년 이상 장기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외부 평가는 주로 한 해마다 나오는 단편적인 성적표에 집중돼 있다. 더벨에서 국내 주요 기관들의 10년치 수익률과 자산 비중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 역대 CIO들의 활동을 조명해본다.
경찰공제회는 2015년 6월 금융투자이사(CIO) 직이 공식적으로 신설된 이후부터 투자자산별 세부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회원 급여율 이상의 수익률을 내야하는 만큼 다른 공제회들처럼 그동안 수익성이 좋았던 대체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10년간 5%대 수익률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주요 공제회들과 달리 대체투자 자산을 '장부가'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평가 방식인 만큼 현재 공표된 수익률이 정확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평가다.
◇2015년 CIO직 신설하면서 상세 내역 공개 시작
경찰공제회는 투자 자산 항목이나 수익률 등을 매년 최근 3개년치만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새 자료가 업데이트 되면 3년전 자료는 홈페이지에서 자동으로 제외되는 방식이다. 이에 과거 자료들의 경우 해당년도에 나왔던 기록들을 종합해 더벨에서 재구성했다.
경찰공제회는 2015년부터 자산 항목별로 상세한 자료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한 해 전체 수익률과 자산 규모만 공개하는 정도였다. 이후 2015년 6월 금융투자본부를 관리하는 '금융투자이사(CIO)'직을 신설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더벨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조8842억원이었던 경찰공제회의 자산 규모는 2023년 5조1505억원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체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찰공제회의 대체투자 비중은 2016년을 기점으로 매해 50%를 넘겨왔다. 2023년 대체투자 자산 규모도 3조1015억원으로 전체 투자자산의 60.2%를 차지했다. 반면 주식·채권 비중은 지난 약 10년간 꾸준히 낮아졌다. 2015년 53.4%였던 주식·채권 비중은 2019년 40% 밑으로 내려오더니 2023년에는 30.36%까지 떨어졌다.
경찰공제회의 높은 회원 급여율을 감당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경찰공제회는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5.7%의 급여율을 보장했는데, 이는 당시 공제회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률이 생각보다 저조하자 몇 차례 인하 작업을 진행하면서 2015년 4.37%에 이어 2017년에는 3.42%까지 낮췄다. 이후 2018년 3.58%로 상향 조정한데 이어 2023년 3.75%로 17bp(베이시스 포인트) 더 올렸다.
◇높은 지급준비율로 안정성 확보…수익률은 '글쎄'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 관계자들은 경찰공제회의 운영 기조가 다른 곳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 높은 지급준비율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투자 수익률은 큰 변동이 없다. 그만큼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찰공제회의 지급준비율은 2020년 108.6%로 주요 공제회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2024년 자산운용 목표로도 지급준비율 110.4%를 제시했는데 이 또한 주요 공제회 가운데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전체적인 투자 수익률은 매년 큰 변동이 없다. 2017년 7.3%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5%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대체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전체 수익률 역시 대체투자 수익률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수익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도 존재한다. 경찰공제회가 대체투자 자산 가치 평가를 '장부가'로 진행한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외부 평가기관에 의뢰해 투자 자산의 시가를 주기적으로 메기는 '공정가치 평가'와 달리 '장부가 평가'는 투자 시점을 기준으로 한 원가 평가 방식이다.
이에 금리 상승 등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경찰공제회의 경우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장부가 평가 방식에 대한 지적이 외부에서 이어져왔으나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최근 감사원이 국내 공제회 감사 과정에서 해당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구두로 경찰공제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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