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당기순이익이 1년 만에 10조원 넘게 감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당기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다. 메모리 수요 약세와 가격 급락에 고전한 SK하이닉스와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따른 차입금 증가에 직면한 SK에코플랜트 등 일부 계열사의 적자전환이 주효했다. 다만 SK E&S와 SK텔레콤 등 일부 계열사는 당기순이익 흑자폭을 키우기도 했다.
공정위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에 따르면 공정자산총액(전체 계열사 별도 기준 자산총계 합산) 기준으로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금융·보험업을 제외하고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SK그룹이었다. 공정위의 지난해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에서 11조1004억원이었던 SK그룹 당기순이익은 올해 발표에서 6592억원에 머물렀다. 1년 만에 10조4412억원 감소한 수치다.
해운 운임 약세에 고전한 HMM그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을 반영한 태영그룹 당기순이익이 같은 기간 각각 9조200억원과 2조6764억원 감소했는데 SK그룹 당기순이익 감소폭은 이보다도 컸다. 공정위 측은 SK그룹의 당기순이익 감소에 대해 "반도체 시황 악화와 유가 하락에 따른 관련 제품 판가 하락" 때문으로 분석했다.
주요 계열사별로 2022년과 지난해 당기순이익 변화를 살펴보면 기여도를 가늠할 수 있다. 먼저 SK하이닉스의 적자전환이 주효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말 별도 기준 자산총계가 93조원에 육박할 만큼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하지만 2022년 2조7905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마이너스(-) 4조8362억원으로 돌아섰다. 메모리 수요 약세와 가격 급락이 당기순이익 적자전환으로 반영됐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올해 1월 개최한 실적발표회(2023년 4분기)에서 “장기간 이어온 다운턴에서도 인공지능(AI) 메모리 등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과 함께 실적 반등을 본격화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아 변화를 선도하고 고객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이 중심인 SK에코플랜트의 당기순이익도 2022년 3389억원에서 지난해 -183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2020년 하수·폐수 종말처리장 운영업체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 2022년 싱가포르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SK테스와 해상풍력 구조물 제조업체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 지난해 폐기물 소각업체 클렌코 지분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었고 이에 따라 이자비용이 늘어난 것이 당기순이익 적자전환의 한 가지 요인이 됐다.
SK온의 당기순이익 적자폭이 확대된 점도 SK그룹에 부담이 되고 있다. 2022년 -4003억원이었던 SK온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8468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문의 물적분할로 출범한 이후 막대한 자본적지출이 소요되고 있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에 따른 배터리 산업 성장 둔화에 대해 “수요 관련 여러 우려가 있는 점은 잘 이해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각국 환경정책 및 연비 규제, 전기차 라인업 및 충전 인프라 확대 등으로 지속적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제조업은 첫 5년은 손해가 나기 마련”이라며 “SK온은 그 시기를 이겨내고 성공하는 극소수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당기순이익 흑자를 유지했지만 흑자폭이 축소된 곳으로는 지주사 SK가 있다. SK 당기순이익은 2022년 544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630억원으로 감소했다. SK는 투자형 지주사를 표방하고 있는데 지난해 종속·관계기업 투자지분에서 일부 손상차손이 인식되면서 당기순이익 감소의 한 가지 요인이 됐다. 이외에 정유업체 SK에너지 당기순이익이 2022년 1조4469억원에서 지난해 1581억원으로 줄었고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 SK실트론 당기순이익이 같은 기간 4529억원에서 3403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계열사도 다수 눈에 띄었다. SK E&S 자회사로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부산도시가스 당기순이익이 2022년 148억원에서 지난해 4388억원으로 늘었고 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여주에너지서비스 당기순이익이 같은 기간 60억원에서 1547억원으로 늘었다. 자산총계가 25조원에 육박해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도 당기순이익이 8695억원에서 1조598억원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