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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공시대상기업집단

들락날락 현대해상, 'IFRS17 부채 감소'로 다시 컴백

2021년 최초 편입, 2023년 제외 후 재지정…보험계약부채 급감, 자산 감소폭 상회

김현정 기자  2024-05-17 10:16:49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현대해상)이 다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편입됐다가 2023년 제외된 뒤 올해 재지정됐다. 이번엔 작년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 평가방법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됨에 따라 부채 감소폭이 자산 감소폭을 상회해 자본이 전체적으로 증가한 덕이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82개의 대기업집단 중 68위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자산 규모 5조원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됐다가 이번에 다시 편입됐다.

공정위는 해마다 자체적으로 산출하는 공정자산총액을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여부를 결정한다. 경제력이 집중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공정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는 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금융·보험사의 경우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을 공정자산으로 간주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으로 묶인 계열사들의 별도재무제표상 자본총액을 모두 합쳐 6조7100억원이 산출되면서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됐다.


현대해상이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오른 건 2021년의 일이다. 2020년 사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사세가 불어나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돌파했다. 삼성화재 등과 같은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순수 단일 손해보험사로서는 처음으로 대기업집단 명단에 올라 의미를 더했다.

특히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한 1999년 이후 22년 만에 대기업집단 반열에 오른 점이 고무적이었다. 과거 계열분리 당시엔 계열사가 1개, 자산총액은 2조6000억원였는데 2021년엔 계열사 21개, 공정자산 총액 5조3000억 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현대해상은 2022년 4월 공정위 발표에서도 대기업집단 명패를 유지했다. 계열사는 14개로 줄었으나 공정자산은 5조5000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었다.

그러다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빠지게 됐다. 2022년 말 공정자산이 4조6800억원으로 떨어진 탓이었다. 금리 상승으로 보유한 매도가능금융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자산 및 자본 총액이 감소했다. 현대해상이 보유한 매도가능금융자산은 2021년 말 16조2125억원에서 2022년 말 11조8803억원으로 4조3322억원(27%) 감소했다.

현대해상이 다시 일 년 만에 재계 서열에 들어온 건 IFRS17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 감소 영향이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들이 납입한 보험금을 부채로 계상한다. 향후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만기 환급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IFRS17는 결산시점 당시의 가치로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는 만큼 새 회계기준 적용 이후 부채가액 변동은 필연적이었는데 현대해상의 경우 부채 총액이 감소했다.

현대해상의 부채 총계는 2022년 말 47조5320억원에서 2023년 말 37조6410억원으로 10억원가량 감소했다. IFRS17로 자산도 물론 감소했는데 그 감소폭은 7조8495억원인 만큼 부채 감소폭이 이를 상회했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의 공정자산 총액은 2022년 말 4조6825억원에서 6조7168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해상의 부채 항목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건 ‘보험계약부채’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84%에 이른다. 현대해상의 보험계약부채는 해마다 증가해왔다. 주력인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보장성 장기보험과 특종보험 판매를 키워오면서 보험계약부채 역시 지속적으로 커졌다. 2019년 말 35조2849억원에서 한번도 감소하지 않고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엔 41조129억원이 됐다.

작년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IFRS17 도입 직후인 지난해 1분기 부채총액이 36조637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보험계약부채가 41조원대에서 29조원대로 감소한 덕이다. 작년 3분기 추가적으로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자본과 보험계약마진(CSM)이 감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속 감소하던 부채가 소폭 증가했지만 대기업집단 기준을 통과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현대해상이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서 핵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을 비롯해 9개 금융계열사와 4개의 비금융계열사들이 계열회사간 순환출자 및 변동현황, 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현황 등을 공시하게 된다. 정몽윤 회장은 동일인(총수)으로 다시 지정됐다. 공정위는 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묶이면 기업의 실질적 지배자를 의미하는 동일인을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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